최근 환경호르몬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환경호르몬은 내분비계를 교란시킨다고 의심되는 유해화학물질을 총칭하는
용어이다.

젖병, 장난감, 스티렌 용기 등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에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호르몬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관계부처
관계자와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대책협의회가 구성됐다.

협의회는 앞으로 실태조사, 위해성평가, 정보망구축 등을 통해 과학적인
관리를 실시한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환경단체및 학계간에 환경호르몬으로
의심되는 스티렌다이머와 스티렌트리머가 컵라면 용기에서 검출되느냐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리고 있다.

식약청의 발표에 의하면 컵라면에 끓는 물을 넣고 확인한 결과 10분이내에는
문제의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20분이 지난뒤에는 극미량이
검출되었으므로 통상적인 방법으로 조리해 10분안에 섭취하면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일본과 미국에서는 이 물질들이 내분비계 장애물질이라는
과학적인 증거가 없거나, 그 가능성이 낮아 규제를 취하지 않거나, 연구
대상에서 우선순위가 낮은 물질로 분류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에대해 환경단체 등에서는 식약청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전문성에 대한 신뢰로 귀착된다고 하겠다.

식약청의 입장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식약청은 전문성을 가진 국가
기관으로서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문제를 다루는 최후의 보루이다.

그런 식약청의 과학적인 검사결과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과학적 검사는 국민정서나 여론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인 판단은 전문기관의 전문가에게 맡기고 그 결과를 신뢰하는
풍토가 아쉽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받을수 있도록
전문성의 심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