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5일 한글과컴퓨터는 아래아한글에 대한 추가투자를 포기하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자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MS의 한컴에 대한 투자규모는 1천만~2천만달러로 곧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에따라 그동안 영웅대접을 받아온 한컴의 기업주는 국민의 긍지를 외국에
넘긴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또 한컴은 죽더라도 아래아한글은 살려야 한다는 운동이 일부 단체와 제품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들은 "아래아한글은 단순한 프로그램의 차원을 넘어 국산 소프트웨어(SW)
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며 "한글이 MS워드로 대체된다면 국내 SW시장 자체가
종속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아래아한글을 사랑해 왔기에 이같은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아래아한글의 존폐는 시장원리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MS의 투자는 외국자본의 유치효과외에도 국내 SW시장의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아한글의 퇴출을 둘러싼 지상논쟁을 싣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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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도 < 정보통신부 기술정책심의관 >

이번 "아래아한글" 사태는 한 기업의 존망,한때 젊은 벤처기업가들의
우상이었던 사업가의 장래뿐만 아니라 국가의 이익이 걸린 문제로서 한걸음
물러서서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유시장경제에서 기업간 계약행위에 대해 그
행위가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정부가 개입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이미 정부는 시장경제 원칙을 대내외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시장경제원칙이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원칙의 적용은 국내 모든 기업의 상거래 행위에 적용되는 것이며
이번 계약에 대해 예외로 할 수 있는 명분은 없다.

다음으로 아래아한글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제품은 우리가 세계만방에 자랑하는 한글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글을 적절히 표현하는 문서작성 소프트웨어(SW)의 하나로서 한 회사의
제품일 뿐이다.

이 제품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우리들이 느끼는 감정과는 별개로 그
제품으로 이익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

상품성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국민은 대체로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한다.

컴퓨터 전문업체인 IBM에 대해서도 그랬고 MS에 대해서도 거부반응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IBM은 우리의 경제발전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억달러어치를 국내에 판 반면 우리나라에서 10억달러어치
를 사가 우리의 무역적자 해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세금과 고용창출로도 기여했다.

MS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경쟁력있는 MS상품을 구입하고 앞으로 생산할 상당량의 MS제품을
수출함으로써 우리사회를 서로 "윈윈게임"이 되는 "더불어 사는 사회"로
만들어야 된다고 본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아래아한글 투자중단으로 한글표현에 제약이 오거나 기존
아래아한글 파일을 못쓰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러나 이는 문제가 안된다.

현재 갖고 있는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또 대체상품을 만들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기존 아래아한글 이용자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일어날 것이다.

향후 어느 제품이 시장을 차지하느냐는 경쟁사들의 마케팅 노력과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한글을 컴퓨터에서 올바로 표현하는 문제는 그간 정보통신부가 관계부처와
협의,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

향후에도 민간에서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정부주도로 관련 기술을
집중 개발해 나갈 것이다.

물론 민간에서 적절한 워드프로세서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정부가 민간기업
의 개발을 지원하거나 직접개발에 나서는 문제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한컴에 대한 MS의 투자는 한컴의 요구를 MS가 받아들인 결과라고 알려져
있다.

한컴 창업자가 이 사건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됐지만 지난날
의 벤처정신을 되살려 새로운 시도를 할 기회를 부여함이 마땅하다고 본다.

특히 MS의 투자는 한컴으로서는 선진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이고
국가적으로도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다소나마 도움을 줄
것이다.

다른 외자유입의 촉진제도 될 수 있다.

이번 아래아한글과 관련된 논란들이 SW의 가치와 SW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 현재 민간단체가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래아한글 살리기" 운동이
정품사용운동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