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참모로서의 자기 반성이냐 아니면 평소 껄끄러웠던 상대방에
대한 견제냐.

청와대 강봉균 경제수석과 박지원 대변인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박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퇴출은행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까지
대통령의 입으로 말하는 것은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참모로서 많은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이 특정업무를 거론하며 청와대 참모진을 문제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퇴출은행문제는 명백히 강 경제수석 소관이다.

보기에 따라선 참모들간의 신경전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두 수석간의 미묘한 기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제현안에 대한 브리핑때 종종 돌출되곤 했다.

강봉균 수석은 박 대변인이 민감한 경제현안을 사전 상의없이 언급하는
데 대해 "대변인이 경제수석이냐"며 섭섭함을 표한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박 대변인은 "경제수석이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불만을 표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신경전은 지난주말 전경련회장단 간담회 브리핑때 극에 달한
느낌을 줬다.

박 대변인의 브리핑이 끝난뒤 강 수석의 보충설명을 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이 두사람의 설명에 다소 차이나는 점을 지적하는 순간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물론 박대변인의 말은 자기반성과 함께 모든 참모들의 각성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날 발언 자체가 박세리 선수가 연장 18번 홀에서 보여준 투혼을
김대중 대통령의 위기극복 상황과 비교하면서 참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이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3시간동안이나 야간 광고촬영을 보고
크게 반성했다"고 말한 대목도 "자성"쪽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의 다른 한 관계자도 "강 수석과 박 수석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두사람간의 "불편한 관계"를 부인했다.

박 대변인의 이날 발언이 단순히 김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한 것이라면
참모진 모두를 향한 질책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의 생각이 일부 얹혀진 것이라면 해석은 또 달라진다.

미묘한 부분이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