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검찰에 고발하면서 그 명단을 공개한 17명의 거액탈세자
탈세내역은 세금을 떼먹는 방법도 갖가지라는 것을 새삼 절감케한다.

업무정지명령으로 갖고 있던 종금사주식값이 폭락하자 이를 5개월여전
자신이 대주주인 계열회사에 팔았던 것처럼 꾸며 회사돈을 빼돌린 기업인,
백화점 영수증을 변조해 수억원의 가공경비를 지출한 것처럼 꾸민 인기가수
등은 잘못돼도 많이 잘못된 납세풍토의 산물이다.

탈세가 범죄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땅에서는 탈세가 다른 범죄처럼 죄로 여겨지지 않는듯한 감이
없지않은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 규모의 많고 적은 차이는 있겠지만 탈세가 시장상인 등 자영업자,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업인을 가릴 것 없이 폭넓게 횡행한다는 것은 공공
연한 비밀이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차제에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책임은 너나 할것없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모든 세금의 근거가 될 세금계산서나 영수증을 주고받는 문화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타세자들이 활개를 친다는 점을 되새기면 그렇다.

유리알 시장을 갖고 있는 계층, 곧 소득이 전액 드러나게 마련인 봉급생활자
는 가장 억울한 계층임에 분명하지만 영수증을 제대로 챙기지않았다면 그
역시 탈세의 방조자일 수 있다.

부가가치세가 도입된지 20년이 지냈지만, 여전히 근거과세가 요원한 현실은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더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세제상의 모순과 세정운영의 불합리성이 세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그래서 세금 조금 덜내는 것이 죄냐는 터무니없는 의식을
결과하고 있다고 본다.

우선 전반적인 세율수준이 과연 적정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내라는대로 세금 다내고는 사업 못한다는 인식이 뿌리내린 까닭을 생각해
봐야 한다.

GDP(국내총생산)중 세금의 비율이 미국수준이라는 점은 뭔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탈세가 횡행하는 여건에서도 세금이 그렇게 거쳤다는 것은 바꾸어말하면
선량한 납세자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세율을 강요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단 1%에도 못미칠 종합과세대상 이자.배당소득자의 불편을 의식, 1년만에
종합과세를 유보하면서 분리과세세율을 종전보다 3분의 1이나 한꺼번에
올린데 이어 이를 또 올리겠다는 발상은 납세자를 생각하는 세제가 아니다.

세무공무원부정 세무조사대상결정의 자의성 등 세정운영상의 문제도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

음성불로소득자에 대한 탈세조사 등 징세행정은 앞으로 계속 강화돼야 한다.

공평한 세금부담은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무엇보다도 선결해야할 과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세제와 세정 개선을 다시한번 다같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