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아파트 분양자에 대한 중도금 대출이 5일만에 완료된 것은 자금확보가
시급한 건설업체들이 대출금 연체자들에게 신청을 독려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때문에 새로 아파트를 분양받았거나 청약하려는 수요자들은 신청할
기회조차 없었다.

한마디로 수요예측을 잘못한 정부때문에 모처럼 고조된 내집마련 열기가
식어버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정부가 대출신청방식을 지난달 30일 회사별 일괄신청방식에서 개인으로
바꾼 점도 소비자들의 혼선을 부채질했다.

대출신청이 가능한 상당수의 수요자들은 서류준비조차 못한 사이에 끝나
버린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전개된 것은 무엇보다 수요예측을 잘못한 정부측 책임이
가장 크다.

이미 할부금융사로부터 높은 이자로 중도금 대출약정을 맺은 계약자가
14만가구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대출지원대상을 2배이상 늘렸어야
했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또 지난해 공급가구수의 절반수준인 올해 아파트 공급예정물량 30만가구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도 정부가 당초 예정한 6만가구는 너무 적었다는
지적이 타당성을 갖는다.

자금지원 기간도 문제가 많다.

건교부는 당초 올해 9천억원, 내년 9천억원 등 모두 1조8천억원을
단계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학입시 원서접수장을 방불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자금에 대한 호응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사전에 고려하지 않고
자금지원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소비자들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대출지원조건도 조기신청마감의 한
요인이다.

연리 12%에다 3년거치 10년상환의 좋은 조건으로 4천만원까지 융자해주는
것은 연15%를 웃도는 시중금리와 비교가 안되는 조건이다.

더욱이 3년간은 이자만 납부해도 돼 대출지원대상이 되는 수요자들은
누구나 신청할 것이라는 점을 정부가 미리 감안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소비자들로부터 정부정책이 신뢰를 받으려면 사전에 치밀한 준비와
예측이 필수적이라는 상식이 또 한번 입증된 셈이다.

한편 주택은행은 6일까지 대출금 신청규모가 9만2백50세대 2조2천2백억원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또 당초 1조8천억원을 대출해줄 예정이었으나 신청금액만큼 대출금을
초과공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송진흡 기자 jinh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