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청와대에서 김대중대통령과 전경련회장단간의 간담회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속에서도 "깊이있는" 토론이 이뤄졌다고 박지원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간담회의 대화 내용을 정리한다.

<> 김 대통령 모두 발언 =우리는 이미 구조조정 5개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정부와 재계의 협력관계가 안좋다고 생각해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불안.실수 요인이 있어선 안되고 반드시 (개혁을) 성공시켜야 한다.

형식에 흐르지 않는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해 양측이 서로 충분히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도출해 정부와 재계가 긴밀한 협조
속에서 새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장치혁 고합회장 =대통령이 앞장서 경제살리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전경련도 배전의 노력을 할 것이다.

과제는 신속한 구조조정, 실업문제 해결, 수출증대인데 이들 문제는 서로
엉켜 있다.

경제가 제대로 되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수출이 돼야 한다.

그래야 구조조정도 빨리 될 수 있다.

수출감소는 원자재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생산시설에 1조~1조2천억달러가 투자돼 있는데 가동률은 절반밖에
안된다.

우리나라 생산시설은 국제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가동만 되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에서 신용장이 개설되지 않고 있다.

단기대출을 장기대출로 연장해 줄 것을 건의드린다.

기업어음(CP), 보증사채 등 모든 것의 만기를 다 연장해 달라.

그러면 신용장이 개설되고 공장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5대그룹을 제외한 6~30대 그룹은 고립무원 상태다.

이미 7개가 부도났고 2~3개를 제외하면 모두 어려운 상태다.

30대 기업은 없어지고 중견기업이 됐다.

배려해 주면 목숨을 걸고 하겠다.

<> 김우중 전경련회장대행=미국의 루빈재무장관과 5대그룹 회장이 면담했을
때 우리나라가 빚을 갚기 위해서는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을 늘리면 무역분쟁이 생길 수 있지만 미국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마찰이 생기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요구했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어나면 외국에서 한국의 저력을 평가할 것이다.

장사를 해 남겨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씀은 지당하다.

그러나 원자재가 들어와야 수출이 가능하다.

수입에서 수출까지 1백20일이 소요되고 자금 결제에 1백80일이 걸리는데
이자가 4.5%다.

외국에 비해 4.5%의 비용이 추가되므로 경쟁력을 잃는다.

<> 이규성 재경부장관 =정부도 수출증대를 바라지만 수입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출을 적극 늘려야 한다.

기업의 신용상태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은행이 신용장을 개설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을 통해 자금지원을 하겠다.

수출보험을 대폭 확대, 신용장을 가진 모든 중소.중견기업에 수출신용보증을
제공하고 DA(선적서류인수도조건) 수출환어음 매입을 확대하겠다.

중소 주택업자를 위해 국민주택기금을 확대하겠다.

수출금융 확대책으로 대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는 어렵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강화하겠다.

<> 김 회장대행 =수입축소는 국내소비가 줄어들고 수출이 줄어 원자재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자본재 수입을 억제하고 공장 가동률을 늘려야 고정비가 싸지고 경쟁력도
생긴다.

신용보증도 좋으나 보증료와 보험료를 많이 받으면 혜택이 될 수 없다.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5대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에도 같은 혜택이 돌아
가게 해야 한다.

<> 이 재경장관 =정부로선 소비가 줄어서는 안되고 시설투자가 감소해서도
안된다는 전제하에 시설투자에 대해서는 대기업에도 지원하겠다.

기업구조조정이 빨리 됐으면 은행의 신용장 개설 불안이 없어졌을 것이다.

구조조정을 가속화해야 금융경색이 해소될 것이다.

앞으로 3~4개월간 상당히 어려운 금융경색 국면이 예상된다.

정부와 함께 구조조정에 노력하자.

<> 김석준 쌍용건설회장 =2기 노.사.정위원회가 구성된 만큼 기업들이
최대한 협조해야 할 것이다.

대량해고를 가급적 피하는 등 해고회피 노력을 하고 있다.

건설업종의 도산으로 실업이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대형 건설업체의 30%가
도산, 협력.자재업체의 동반 도산과 일용직 건설노동자의 해고로 사회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

토지공사의 토지매각 사업을 더욱 지원해 줘야 한다.

해외건설업체가 환율인상으로 임금이 50% 절감되는 등 경쟁력이 있으니
우리 노동자를 해외에 진출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 김 대통령 =얼마나 나갈 수 있나.

<> 김 회장대행 =임금이 실질적으로 50%나 줄어 들었다.

해외에는 건설업종뿐 아니라 다른 업종도 많이 나가 있으니 월말까지
구체적인 조사를 해 별도로 보고드리겠다.

<> 이기호 노동부장관 =해외건설협회가 5천명을 해외에 취업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는 월 6백~7백달러를 받는데 우리 노동자는 1천4백달러
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 차액만큼 정부 보조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보조를 할 수는 없고 항공료 등 간접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경련과 함께 협의하겠다.

<> 김 회장대행 =우리 노동자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므로 2배이상의 생산성이
있는 셈이다.

대충 생각해봐도 수십만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 김 대통령 =(이 노동부장관에게) 노동자들이 임금을 많이 요구하지만
이제 환율을 생각해야 한다.

생산성이 높다니 조정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라.

<> 이 노동장관 =노동계와 상의하겠다.

<> 김 회장대행 =건설 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전업종도 많이 진출해 있으니
이 부문 노동자들의 해외진출도 가능하다.

<> 이 노동장관 =캐나다 등에선 컴퓨터 요원도 요구하고 있으니 노동자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겠다.

<> 현재현 동양시멘트회장 =금융경색 기업부실 금융부실의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어 금융구조조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금융산업의 낙후한 점을 빨리 개선, 선진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 과도기 상황의 관리를 위해 정부에서 적절한 조치를 해줄 필요가
있다.

<> 신명수 신동방회장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이 빨리 돼야 한다.

은행의 대출은 그동안 담보대출이 전부인데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신용대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에서 은행의 경영자 선출이 대단히 중요한 만큼 시장경제 논리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경영자 선출에 관심을 가져주는게 필요하다.

<> 이 재경장관 =정부가 은행에 대해 대출을 늘려주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은행권 내에서만 돈이 돌고 있다.

은행의 대형화 전문화 시스템화가 되도록 은행을 키워야 한다.

<> 김 회장대행 =지금은 비상시인 만큼 은행이 기업에 돈을 꿔줄 수 있게
특별조치를 해줘야 한다.

전경련이 대규모 외자유치와 대기업의 합작을 통해 선도은행을 만들어
모범을 보이겠다.

<>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금융기관의 신규설립은 자율화 한다는게 정부
정책이다.

그러나 출자자금은 투명해야 한다.

차입금으로 만들어선 안된다.

IMF와도 은행설립시 자금 투명성과 정부의 건전성 감독에 합의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상환연기 조치를 취했다.

대출금 상환연장 및 출자전환 요구와 기업출자자의 책임은 병행돼야 한다.

<> 구본무 LG화학회장 =인텔사와 LG반도체간 투자상담 합의단계에서
LG반도체가 빅딜 대상에 포함되는 문제 때문에 차질이 빚어졌다.

기업이 매각 및 투자유치를 빨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외국회사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2~3개월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하반기에는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다.

<> 강봉균 청와대경제수석 =(사전에 재계와 의견조율을 거친 9개 합의사항
발표문을 낭독)

<> 김 대통령 =이 합의사항에 이의 있으면 말해 달라.(참석자 전원이
박수로 채택한 후) 여러분이 좋으면 이 모임을 상설화하자.

이 재경장관과 김 회장대행을 대표로 하고 강 수석과 손 상근부회장을
간사로 해 필요시 회의를 소집, 모든 경제문제를 오늘처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

<> 김 회장대행 =대단히 감사하다.

이런 회의를 많이 가지면 매우 좋을 것이다.

<> 김 대통령 =정부정책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민주주의 실현과정에서 정부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기업환경을 위축시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약속한다.

철저한 경제원칙에 따른 우승열패, 즉 국제경쟁에서 이기는 기업만 살고
지면 도태되는 것을 통해 얻어지는 경쟁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만 나올 수
있다.

김 회장대행이 5백억달러 무역흑자를 장담했을 때 처음에는 못믿었으나
이제 지나친 발언이 아님을 믿게 됐다.

대외적으로는 수출을 늘리고 투자를 유치해야 하며 대내적으로는 금융
민간기업 공기업 개혁과 노동의 유연성 등 4대 과제를 병행 추진해 중소기업
을 살리고 실업문제를 해결, 사회적 기반을 살려야 한다.

빅딜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도 매일 빅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타당치 않고 그럴 의사도 없다.

여러분이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

외국기업과 관계가 있겠으나 국내에서도 하는게 이득이고 짐을 더는 길이다.

정부가 나서면 자칫 이해관계에 개입할 수 있어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도리어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여러분이 잘 처리해 주기 바란다.

오늘을 계기로 나라를 살리는 동반자로서 협력해야 할 것이다.

적극적인 결심과 협력을 바란다.

정부도 지원하겠다.

이런 기회를 자주 갖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