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는 과거 여러차례 추진됐었다.

그러나 성공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

정권교체기마다 핫이슈로 떠올랐지만 노조등 기득권의 반발에 밀려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많아서다.

이번 민영화계획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향후과제를 요약한다.

<>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공기업 민영화를 목표대로 달성하기 위해선 최고지도자가 이행상황을
수시로 챙겨야 한다.

지난 79년 영국의 대처총리는 총리실 직속으로 공공관리실(Office of
Public Service)을 설치, 공기업 민영화를 손수 챙겼다.

영국은 민영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 영국병을 치료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국개발연구원 남일총 박사는 "역대정권처럼 공기업 민영화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스케줄을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노조 등 기득권층을 설득하라

고용불안을 느끼는 종업원들이 민영화를 반길 리 없다.

어느 나라나 노조와 관료의 반발은 공기업 민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공기업 민영화를 불도저식으로 밀어부치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반발세력에게 "민영화가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논리를 설득시키라는
얘기다.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이익과 손해를
설명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영국에서 공기업 민영화의 전문가로 통하는 아담 스미스연구소의 피터 영
국제관계연구실장의 충고다.

노동자들에게 주식을 일반인보다 싸게 파는 등의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영국과 프랑스에선 주식매입대금을 지원해 주기까지 했다.

퇴직자에겐 완벽에 가까운 재취업교육을 시켰다.

<> 민간인에게 맡겨라

공기업을 거느려온 관료들은 민영화를 막기 위해 별의별 수단을 쓴다.

맨마지막에 나오는 핑계거리는 구조조정후 단계적인 민영화방안이다.

이른바 "성형수술론"이다.

코뼈도 세우고 몸매를 가다듬어야 인기가 높아진다는 논리다.

일단 단계적으로 판다고 해놓는다.

정권말기에 가선 의외의 정치적인 변수를 노려 민영화스케줄을 백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런 관료들은 민영화 추진팀에서 배제시켜야 한다.

이해관계가 없는 민간인출신들이 민영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라

공기업 민영화를 성공시키려면 무엇보다 국민적인 동참과 합의가 필요하다.

"구체제를 유지하는게 유리한 사람들은 목청을 높인다. 반면 신체제로 인해
이익을 얻게 될 사람들은 미지근한 지지를 보낼 뿐이다"

기획예산위원회 이계식 정부개혁실장이 자주 인용하는 문구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온다.

공개적인 토론회등을 통한 여론형성이 중요하다.

<> 진짜 민영화를 해야 한다.

이번 민영화 방안을 보고 외국인투자자들은 "고래는 빠져 나가고 새우만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보여온 담배인삼공사와 포항제철의 민영화방안이
당초 기대보다 미흡하다는 것이다.

담배인삼공사는 엽연초 재배농가문제로, 포항제철은 여권실세의 로비
때문에 민영화방안이 약해진 것으로 금융가는 분석했다.

이제 "눈가리고 아옹"식의 민영화는 안된다.

"과거 국책은행에서 진행됐던 부분민유화(민유화)가 아닌 경영권을 민간에
완전히 넘기는 민영화가 필요하다"(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실장)

< 정구학 기자 cgh@ >

[[ 새정부 공기업 민영화 추진 일지와 계획 ]]

<>2월28일 : 기획예산위원회 정부개혁실 발족
<>4~6월 : 부처별 공기업별 현황 청취
<>4월17일 : 부처별 공기업 경영혁신 관련자료 요청
<>4월19일 : 한국개발연구원 공기업처리방안 제시
<>4월30일 : 공기업 경영혁신 관련자료 접수
<>6월8일 : 공기업 민영화 관련 차관 간담회
<>6월9일 : 공기업 경영혁신을 위한 공청회 개최
<>5월19일~6월27일 : 행정개혁위원회 공기업분과 소위 개최
<>6월15~20일 : 세계은행과 공기업 민영화 기술지원협의
<>4월14일~6월말 : 노동계 의견수렴을 위한 노동계 대표 면담
<>6월18일 : 감사원 공기업 특별감사 결과발표
<>6월22일 : 공기업 노조 민영화 반대 집회
<>6월24일 : 공기업 1차 민영화계획 대통령 보고
<>6월27일 : 민영화 계획 행정개혁위원회 본회의 통과
<>6월29일 : 민영화 계획 기획예산위원회 통과
<>7월1일 : 공기업 1차 민영화 계획 수정안 청와대 보고
<>7월3일 : 1차 민영화 대상 공기업 발표
<>7월15일 : 공기업 경영혁신방안 2차 발표(예정)
<>하반기중 : 지방 공기업 경영혁신 추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