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퇴출은행 발표이후 해당은행 직원들이 반발, 출근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인계업무에 솔선수범하는 뱅커가 있다.

하나은행으로 넘어가는 대전 충청은행 가양동지점 박종덕(44) 지잠장이
바로 화제의 주인공이다.

박 지점장은 "은행퇴출이 발표되면서 허탈감에 눈시울이 뜨거웠으나
영업정상화가 지연되면서 경제파장이 심각하게 불거지는 현실을 그냥
보고있을 수만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지점과의 일문일답이다.

-다른 직원들이 출근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지점직원들만 출근토록하는
과정이 쉽지않았을텐데.

<>퇴출발표가 있기 하루전날 저녁 뉴스를 듣고 잠한숨 못자고 고민을 했다.

29일 아침8시 지점인근다방으로 전직원들을 불러내50분동안 설득했다.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 반대하는 직원들도 있었으나 결국 나를
따라줬다.

오전9시 지점에 들러 인수팀에 모든 업무를 인수인계했다.

이어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사죄인사를 다녔다.

-충청은행에 대해 퇴출될 만큼 부실한 은행이라고 생각하나.

<>지금상황에서 뭐라 말할 수가 없다.

단지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다닌 회사가 퇴출됐다는데 대해 허탈한
심정이다.

그동안 전직원들과 지역민들이 은행살리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퇴출되리라고는 생각조차 안했다.

부실여신이 많아 자기자본비율이 낮았지만 회생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왔다.

-출근하지 않은 다른 직원들은 혼자 살기 위해 동료들을 배신했다고
비난하고 있다는데.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집으로 전화가 빗발쳤다.

한결같이 "배신자"라며 욕설과 항의전화였다.

그러나 동료들도 은행원으로서 나와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뼈를 깎는 갈등속에 이같은 결단을 내려 지금은 홀가분하다.

-하나은행에선 김승유행장의 특별지시로 가양동지점 전직원을 모두
재고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고맙다.

모든 직원들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일터를 갖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자신은 절대로 하나은행에서 근무할 생각이 없다.

부하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게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퇴출이 발표되기 이틀전 충청은행에선 전격적으로 퇴직금을 일괄지급했다.

당시에 어떤 심정이었나.

<>착잡했다.

회사를 살리겠다고 급여를 삭감해가며 고통을 인내해온 직원들이 퇴출사실이
알려지자 퇴직금이라도 한푼 더 가져가겠다며 한 행동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이로인해 외부의 반응만 더욱나쁘게 만들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나자신 또한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성적인 차원에서
다시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퇴출발표후 고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

<>지역은행이 퇴출된다는데 대해 침통해 하고 있다.

지역경제를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퇴출과정에서의은행원들의 행동이 신중하지 못했던 점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 대전=이계주 기자 leeru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