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르는 일"

"금융빅뱅"이 경제 사회 전반에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지만 국정을
뒷받침하고 견제해야할 여야 정치권은 이렇다할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한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치공방과 7.21재.보선에만 당력을 쏟고 있다보니 5개 은행 퇴출로부터
불붙기시작한 "금융빅뱅"을 "강건너 불"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정치권은 다가오는 재.보선에서 한 곳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은 빅뱅 후유증으로 금융시스템이 마비된 30일에도 상대방
흠집내기와 이의 해명에만 부심했을뿐 수습책 마련은 정부에 떠넘긴채
팔짱을 꼈다.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은 "정치적인 고려가 있었다면 재.보선을
앞두고 퇴출은행을 발표하고 실향민 은행인 동화은행까지 포함시켰겠느냐"며
한나라당측의 "정치권 개입설"주장을 일축했다.

김 의장은 또 "일부에서 은행퇴출이 지역차별, 정치보복이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놀랐다"면서 "경제식견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분이라면 그런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이어 <>인수은행 점포를 통한 피인수은행의 예금거래 <>피인수은행
정상화시까지 수표.어음 부도유예 <>피인수은행 거래업체에 대한 국세
지방세 납부 유예 등 당차원의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후속대책과 거의 똑같은 것이다.

자민련은 외견상 후속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실제로는 입이 나와
있다.

김창영 부대변인은 "제도만 바꾼다고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금융실명제가 이미 입증했다"며 "퇴출은행 대상이 바뀌었다는 의혹과 잣대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행정당국이 답할 몫"이라고 책임을 정부쪽에 전가했다.

자민련의 "텃밭"에 있는 충청은행이 퇴출대상이 된 것에 대해 불편한심기를
드러낸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한나라당도 "소규모 은행 및 지방은행만 퇴출대상에 포함되는 등 선정의
원칙과 기준이 불분명하다"고 정치공세를 펴고 있지만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지방은행 퇴출때문에 지방경제의
동요가 심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지방금융안정화특별법"제정을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빅뱅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정책 대안 마련에는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시켜 금융빅뱅을 비롯한
국정 현안에 대한 여야의 진지한 토론과 대책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
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 남궁덕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