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겐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방송프로듀서는 프로그램을 맡으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불가능하다.

촬영에 들어가기전 작품을 기획하고 작가를 정하고 캐스팅할 땐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몰두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작업이 시작되면 야간촬영 등으로 밤낮이 뒤바뀌기 일쑤다.

강한 체력이 요구되지만 자칫 건강을 잃기 쉬운 것이 프로듀서라는
직업이다.

"용의 눈물"같은 사극의 경우 야외촬영이 특히 많다.

출연자와 제작진의 숫자가 많고 촬영장소도 넓다보니 자연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체력소모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그 큰 목소리는 어디서 나오며 젊은 사람 못지않게 현장을
누빌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묻는다.

나는 별도로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는 식의 특별한 건강관리법을 갖고 있진
않다.

그렇다고 보약이나 보양식을 찾아 먹지도 않는다.

오히려 육류요리는 피하는 편이다.

음식을 먹고 포만감을 느끼면 정신이 맑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때는 샌드위치만으로 간단히 식사하는 것을 보고 주변사람들이 쓰러지지
않겠느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나는 남들에 비해 수분을 많이 섭취한다.

그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수시로 냉수를 마시고 음식을 먹을 때도 국물을 주로 마신다.

예를 들어 삼계탕을 먹을 때도 고기보다는 국물을 먹는다.

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쌓여 입맛을 잃으면 과일을 직접 갈아만든 주스를
마시면서 당분을 보충한다.

평소엔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아도 스태미너에 이상이 없지만 가끔 "레디 고"
를 외칠 때 목소리에 힘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때면 냉수를 실컷 들이킨다.

충분한 수분 섭취외에 수면부족이나 촬영 강행군 등으로 피로가 쌓일 경우
온탕욕을 즐긴다.

눈을 감은채 깊은 잠을 자지 않더라도 피로가 풀린다.

감기나 몸살기운이 있을 때도 뜨거운 물에 무릎까지 발을 담그고 앉아
있는다.

그러면 특별히 약을 먹지 않아도 하루면 거뜬해진다.

물을 마시고 물에 몸을 담그고...

물을 가까이 하는 것이 나의 건강유지법인 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