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정상에 오르는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한다.

오를 땐 힘들어도 내려올 땐 수월하다.

하지만 쉬운 만큼 다칠 가능성이 더 많다.

세상살이도 그렇다.

산은 그렇게 대자연의 위엄을 통해 교만에 찬 우리에게 겸허해야함을
가르쳐 준다.

산이 좋아서, 산을 사랑해 모인 산사람들의 동호회가 "현대정유 대산공장
산악회"다.

지난 88년7월 결성돼 올해로 10년째를 맞고 있는 산악회는 현재 남녀
임직원 58명의 정회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와 꼼꼼한 살림꾼인 총무 이승재사원(환경안전부)과
김말숙 사원(총무부)을 비롯한 회원들은 매월 셋째주 토요일 전국의 명산과
강을 찾아 정기적으로 산행을 갖는다.

그동안 우리가 오른 산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회원들은 이 가운데 산의 조망성 그리고 폭포와 계곡이 가장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청류벽계의 내원사 계곡, 칠선골, 내설악골을 다시 가보고 싶은
코스로 꼽는다.

산행때 회원가족의 참여도도 높다.

특히 아이들을 데려오는 회원들은 아이들에게 컴퓨터학원이나 영어학원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산에서 가르친다.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인내심,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전정신, 거기에다
튼튼한 몸까지.

고산 기슭에 핀 작은 꽃들의 한들거림, 휘휘 감돌아 내리는 계곡 물과
바위의 소박한 어울림을 눈요기하며 산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어디하나
때묻지 않는 공기를 폐속 깊이 마실때 산사람으로서의 특권을 만끽한다.

우리 모임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작년부터 회사 인근 보육원생들과 함께
가까운 산을 찾거나 체육행사를 갖는 것.

회원들의 반응은 물론 보육원 아이들도 무척 좋아해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점차 각박해지며 메말라가는 요즘 세태-.

자연은 사람의 마음을 순화시켜주는 가장 훌륭한 가르침을 준다.

우리 회원들은 휴일이면 언제나 그 멋진 스승의 품속을 찾는다.

언제 찾아도 미소짓고 있던 어릴적 선생님의 모습을 말이다.

정우석 < 현대정유 대산공장 생산4부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