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간 빅딜(사업맞교환)이 부실기업퇴출과 함께 기업구조조정의 핵으로
떠오르며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19일 힐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임시회장단회의에서 재계총수들은 빅딜을
적극 추진키로 다짐했다.

재계는 빅딜을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빅딜이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과제로 떠오른 것은 지난 16일 김대중대통령이
"졸속이라도 빅딜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다짐하면서부터다.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알려진후 빅딜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깔끔히
사라졌다.

특히 18일 퇴출기업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빅딜을 거부하는 기업에는 여신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빅딜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제 그룹들은 빅딜의 가지수와 이해득실을 면밀히 따지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물론 모든게 베일속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빅딜과정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데 주요그룹
기획담당자들이 온힘을 쏟고 있다.

다시말해 각 그룹들은 빅딜의 방법론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이왕 빅딜추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협상과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빅딜의 가능성을 일제히 부인해왔던 현대 삼성 LG그룹들도 대통령
발언이후 입장을 바꿨다.

물론 빅딜에 적극성을 띠는 강도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삼성은 빅딜추진의 의지와 속도를 어느정도 내보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빅딜에 따라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란 여론에 곤혹스러워 했던 삼성은
이를 무마하기라도 하듯 자동차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었다.

그러나 18일 금융감독위원장이 대표적인 중복투자업종으로 자동차를 꼽은
이후 삼성은 입장을 확 바꿨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현상황에서 이해당사자들이 원만하게 합의해 빅딜을
성사하기는 어렵다"며 "산업구조를 조정하고 개혁의지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서라도 자동차빅딜에 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최근 분위기를 반영한 상황론을 전개하며 빅딜테이블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현대는 몇가지 전제조건을 달아 빅딜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3각 빅딜이 이뤄질 경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삼성차와 함께 기아차인수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고는 빅딜의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3각 빅딜론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LG는 빅딜은 과감하게 추진하되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해 가장 실효성있는 안을 찾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협상에는 적극 나서되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가능하면 그룹의 장기경영전략
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따라 지금까지 나왔던 3각 빅딜외에 두그룹간 사업을 맞교환하는 빅딜
등 다양한 형태의 혁신적인 빅딜안이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그룹들은 빅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해득실 때문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분명한 태도로 빅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늦어도 이달말까지 당사자간 원칙적으로 합의한 빅딜안이 나올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때까지 공정거래위의 부당내부거래조사와 검찰의 총수비리조사 등이
강도높게 진행될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