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계열사에 대한 거액의 보증채무를 갚을 수 없다고 버텨
이 문제가 법정소송으로 비화할 전망이다.

법정소송으로 가게 되면 기아자동차를 제3자인수 등을 통해 조기 정리
하려던 정부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산 등에 채무지급보증을 섰던 기아자동차는 최근
채권단이 신고한 4조8천억원대의 보증채무중 2조6백7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조8천억원가량에 대해 변제의무가 없다며 부인권을 행사했다.

기아측은 회사정리법 78조에 따라 작년 7월 15일 부도유예협약대상으로
지정되기전 6개월간의 지급보증이 아무런 대가가 없는 무상행위로 변제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기아측은 또 채권단이 신고한 4조8천억원중에는 일부 중복보증도 포함돼
있어 실제 보증채무는 3조원정도로 부인금액도 8천억원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은행 종금 등 수십개 금융기관들은 다음달 10일까지 법원에 채권
확인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기아자동차의 지급보증이 계열사간에 서로 도움을
준 유상행위로 부인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은 특히 금융거래 관행상 기아자동차의 연대보증행위는 법인및
이사회인감, 사채지급보증계약서 등 적법한 절차를 갖춘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아자동차와 채권단은 오는 17일 접촉, 협상을 통해 절충을 시도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96년 부도를 낸 덕산그룹측과 채권단간 채무확인소송이 지금
까지 광주지방법원에 계류중일 정도로 이 문제는 뚜렷한 판례나 타협책이
없어 법정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아자동차 인수희망자들도 채무범위가 명확치 않아 인수를 꺼리거나
사후정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금융전문가들은 이와관련, 기아자동차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회사가치를 떨어뜨리는 독극물법(포이즌 빌)의
하나로 지급보증을 많이 선게 정리과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