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방북이 하루앞으로 다가오면서 현대그룹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휴일인 14일에도 방북단 실무팀들은 계동 사옥에 나와 방북스케줄을
재점검하는 등 막바지 준비작업을 서둘렀다.

정 명예회장의 비서진들은 15일 베이징을 통해 평양으로 들어가는 실무팀
편에 정 명예회장의 짐을 부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주말인 13일 오전 계동사옥 자신의 방을 찾아온 정순영
성우 명예회장,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 정상영 금강고려화학 회장 등
동생들과 만나 방북과 관련해 환담.

정 명예회장은 이날 동생들에게 지난 89년 방북 당시의 이야기를
술회했으며 동생들은 50년만의 고향방문에 매우 들뜬 표정이었다는 후문.

<>.정 명예회장의 "카우보이식" 방북작전 개시시간은 15일 오전 7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 만들어놓은 트럭이 출발하면서 시작된다.

이 트럭은 낮 12시 서산농장에 도착하게 된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소들이 정든 서산농장을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송별행사가 벌어지며 5시30분부터 소를 트럭에 싣는다.

밤 11시 드디어 소를 실은 트럭이 서산농장을 출발, 판문점으로 향하게
된다.

판문점 도착시간은 방북일인 16일 새벽 6시.

박세용 현대종합상사 사장, 이익치 현대증권 사장 등 방북실무단은 15일
출국, 베이징을 거쳐 고려민항편으로 평양으로 들어간다.

<>.정 명예회장이 "소떼"와 함께 판문점을 거쳐 군사분계선을 넘는
역사적인 "장관"을 아쉽게도 TV생방송으로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정 명예회장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곳인 판문점 중립국감독위 회의실을
비롯한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은 유엔사가 관리하는 구역으로, 유엔사측이
보안을 이유로 생방송을 위한 TV 중계차량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BS MBC SBS YTN 등 국내방송사들은 역사적 장면을 국민들에게
실황으로 중계할 수 없게 됐고, 당초 생방송을 검토했던 미국 CNN도 판문점
실황중계를 포기했다.

다만 방송사들은 판문점 월선상황을 30분 가량의 시차를 두고 녹화로
방송할 예정이다.

이동방송용(ENG) TV카메라로 판문점 상황을 찍어, 녹화필름을 판문점에서
12km 떨어진 임진각으로 차량을 통해 릴레이식으로 수송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