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펀드가 증권사와 업무협약을 맺은 것처럼 선전하면서 자금을 모집하는
신종 금융피라미드가 출현, 투자자들과 증권사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지역에 1백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
입한후 다른 회원을 모집하면 30만원씩의 수당을 지급한다며 회원을 모집하
는 사설펀드가 활동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설펀드의 회원 가입신청서엔 1백만원의 가입금중 10만원은 "업무연관
이 있다"고 선전하는 A증권사에 입금시키고 나머지 90만원은 펀드 운영경비
로 사용한다고 기재돼 있다.

또 90만원중 30만원은 회원 모집수당으로 지급하고 60만원은 부실기업인수
등 M&A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설펀드는 A증권및 B증권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선전, 회원을 모집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 증권사 지점에 회원명의의 수익증권및 위탁계좌를 무더기로 개설,
회원들에게 교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A증권과 B증권 관계자는 "우리 회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업무협
약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회사측에도 피해가 돌아올수 있는만큼 이들의 계좌를 터주
고 싶지않지만 계좌개설 서류를 모두 갖춰 오기때문에 거절할 명분이 없어
고심중"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A증권사 강남지역 지점 직원은 "현재 40여개의 관련계좌가 개설돼 있으며
이웃의 다른 증권사 지점에도 이 정도의 계좌가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안다"
고 전했다.

그는 또 사설펀드가 개설한 통장에는 대부분 10만원이 아닌 1천원만 입금되
어 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이 사설펀드를 회원을 모집해 가입시키면 수당을 주겠다며 자금
을 끌어모으는 금융피라미드의 일종으로 파악하고 투자자 피해는 물론 증권
사의 신인도도 큰 손상을 입을 수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따라 A증권사를 비롯한 일부 증권사는 최근 "사설 펀드가 명의를 도용
해 자금을 모집하는 사례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지점에
보내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한편 증권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사설펀드가 활
동하고 있다는 정보를 수집했다"며 "투자자와 증권사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
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실상을 파악해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jdpowe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