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그룹을 완전히 해체하고 효성T&C,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물산 등 4개 주력사를 1개로 통합한다고 11일 공식 발표했다.

주력 4사이외의 나머지 13개 계열사도 모두 정리된다.

효성은 올 연말까지 이같은 합병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이로써 화섬, 중전기, 금융자동화 부문을 핵심사업분야로 하는 총자산
4조6천억원의 대형회사가 탄생하게 된다고 효성측은 밝혔다.

그러나 이번 통합이후 효성은 중공업, 종합상사등의 사업을 매각, 또는
철수하고 화섬에 주력하는 업종전문화의 길을 걷게 될 공산이 크다.

"4사통합 -> 종합상사 철수 -> 중공업, 유화부문등 자산매각 -> 화섬중심의
미니기업"의 수순을 밟게 된다는 얘기다.

이번 통합은 효성물산 퇴출에 따른 그룹 전체의 좌초를 막기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효성은 그동안 부실계열사인 효성물산만 퇴출시키는 방안을 찾느라
고심해왔다.

그러나 효성T&C등 다른 계열사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효성물산만
정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4사 통합은 효성물산 처리를 위한 고육책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효성물산은 통합사의 수출입 담당부서로 축소, 사실상 정리된다.

이들 4사 통합이후 가장 큰 문제는 재무구조 악화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효성물산의 금융권 부채만도 8천억원인데다 외채도
상당액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효성물산을 3개우량계열사와 합칠 경우 재무구조 악화는 불가피하다.

효성은 따라서 통합과 함께 자산매각및 외자유치에 전력할 계획이다.

"돈 되는 것은 뭐든지 매각"(효성관계자)할수 밖에 없는 처지다.

로스차일드등 외국 금융기관들에 그룹내 매각가능한 자산을 찾아내
팔아달라는 의뢰를 해놓았을 정도다.

효성중공업을 통째로 파는 방안도추진되고 있다.

효성측은 "자기자본비율이 30%를 넘고, 지난해 3백12억원의 당기순익을
낸 우량기업이어서 예전부터 탐내는 업체가 많았다"며 매각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현재 미국GE, 독일 지멘스, 스위스 ABB등과 초기단계의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T&C의 폴리프로필렌(PP)사업과 효성생활산업의 고순도텔레프탈산(TPA)
사업은 유니언 파이낸스사에 매각을 의뢰했다.

효성은 이런 노력을 통해 총15억달러(약2조원)이상 확보할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돈을 3억2천만원에 달하는 그룹의 부채해소에 투입, 부채비율을
2백%이하로 끌어내린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4사 통합까지는 걸림돌도 많다.

우선 효성T&C의 2대 주주 아팔루사펀드(13.39%), 3대주주 베어스턴시큐러티
(5.03%)등 외국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다.

이들은 부실한 효성물산을 우량한 효성T&C과 합치겠다는 결정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액주주들이 합병에 반대, 주식매수청구권을 대거 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경우 막대한 비용때문에 합병은 무산될수 밖에 없다.

사업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요즘처럼 기업매물이 넘치는 상황에서 외국기업들이 선뜻 나설지 알수없는
일이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