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27)은 어디를 봐도 음악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1백90cm의 키에 미식축구 선수같은 체격.

두텁고 뭉툭한 손.

그러나 그는 일찍부터 바이올린에 소질을 보였다.

이미 5살때 고향인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의 국립음악원에 입학했고
7살때에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평생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세계적 명교수인 자카르 브론의 가르침을 받은 그는 11살의 나이에
비에냐프스키 콩쿨에서 최연소 우승했다.

이후 티보르 바가 콩쿨, 엘리자베스 콩쿨 등을 휩쓸었고 세계적 교향악단과
협연하며 "20세기의 하이페츠"로 기록될수 있는 경력과 연주기량을 쌓았다.

스승 자카르 브론을 따라 이주해 현재 독일 함부르크에서 살고 있는 그의
이름은 국내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지난 97년 내한 독주회에 이어 올 4월 곽승이 지휘한 KBS교향악단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작품47"을 협연,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그가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35"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작품47"이 담긴 음반이 에라토레이블로 나왔다.

94년12월 영국 런던의 성 오거스틴성당에서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엠마누엘 크리바인)와 함께 녹음한 것이다.

현역 연주자로서 두 작곡가가 남긴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이만큼 잘
연주한 것은 드물다는 평을 받은 음반이다.

특히 시벨리우스 연주는 압권이다.

때로는 측정할수 없는 두터움으로 휘몰아치고 때로는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가녀림으로 이어지는 그의 바이올린 음색은 마치 작곡자의 속마음까지
들춰내 보여주는 것 같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