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안정성으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 6개월째다.

이 시기 재테크의 화두는 다시 안정성이다.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그런 단순한 차원이 아니다.

수익성에 연연했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운 시기가
바로 IMF체제이후 6개월이란 기간이다.

아예 수익성에 대해선 눈을 딱 감아버리는게 낫다.

적어도 앞으로 3개월동안은 그렇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6월부터 금융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벌써 합병대상은행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을 정도다.

눈앞의 이익(수익성)에 급급했다간 돈이 일정기간 묶여 버릴수도 있다.

더욱이 예금보호대상도 축소된다.

고액예금일지라도 가능한한 원금은 보장해 주겠다는게 정부의 방침이긴
하다.

그러나 자칫하면 이자는 커녕 원금도 날려 버릴수 있다.

소탐대실이 무엇인지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돌이켜보면 지금보다 금융기관의 안정성이 강조될 때도 없었다.

지난 80년대의 금융기관 선택기준은 고작해야 "거래의 편리성"이었다.

금리가 정부에 의해 규제되다보니 차별화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얼마나 거리가 가깝고, 얼마나 친절한가가 금융기관 선택의 척도였다.

금융상품을 선택할때 수익성이 강조됐던건 90년대 들어서다.

91년 11월부터 금리자유화가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같은 상품이라도 은행별로 금리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80년대 후반에 생긴 금융기관들이 "도전적 영업"기치를 들고
나오면서 같은 조건이라도 잘만하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수 있었다.

단자사들이 각광받던 시기도 이때였다.

게다가 "금융기관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가 존재할 때라 "변별력은 곧
수익"이었다.

95년이후에는 주로 절세가 강조됐다.

금리의 하향안정화가 뚜렷해지면서부터였다.

금리가 연 12% 안팎에 머물다보니 금리차라고 해봐야 1%포인트 안팎이었다.

이보다는 차라리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는게 돈을 버는 지름길이었다.

절세상품과 비과세상품이 각광받은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해 IMF라는 거대한 외부세력이 들어오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종금사가 줄줄이 문을 닫았다.

동서증권과 고려증권도 부도처리됐다.

금융기관이 망하자 "내 돈은 안전한가"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재테크의 기준은 단연 안정성이 됐다.

안정성의 신화는 그러나 1개월만에 무너졌다.

정부가 2000년말까지 원리금 전액을 보장해 주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탓이다.

더욱이 IMF 권고로 연 30%를 넘나드는 "슈퍼고금리시대"가 도래, 수익성
개념은 단군이후 최고로 각광받았다.

게다가 부동산값과 주가가 동반하락하는 "자산디플레"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고수익상품은 압도적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 달라져야 한다.

다시 안정성이 우선돼야 한다.

연초 금융상품 투자로 벌어들인 이익의 향수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그 아련한 꿈에서 빨리 깨어날수록 이익이다.

문제는 안정성의 척도가 무엇이냐다.

우선 척도는 다름아닌 생존 가능성이다.

거래하는 금융기관이 파산해 버리면 이자를 날릴 공산이 크다.

원금은 건진다해도 한참동안 찾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은행이고 제2금융기관이고 다르지 않다.

생존가능한 금융기관이 어디냐는 문제로 이어진다.

그렇지만 이를 미리 알아낼 재간이 없다.

그저 지금까지 발표된 자료와 금융구조조정을 책임지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
의 태도를 예의 주시하는 수밖에 없다.

은행의 경우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달한 12개은행
의 태도를 살펴야 한다.

은행폐쇄는 없다는게 일반적인 설명이긴 하지만 다른 은행에 합병될 가능성
은 아주 높다.

제2금융기관들도 자기자본비율등 안정성의 척도를 우선 갖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해서 수익성을 완전히 도외시하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수익성까지 얻을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따라서 금융산업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보되 금리변화를 읽는 혜안도 갖춰야
한다.

아울러 비록 안정성확보에 실패했을 때라도 안달하는 태도는 버리는게 좋다.

정부는 예금보호대상을 축소하더라도 신규가입자에 한해 적용키로 했다.

따라서 이전 가입자는 원리금이 완전 보호된다.

단지 현금화할수 있는 시기가 늦어질 뿐이다.

선택한 금융기관이 잘못됐을 경우 그때 다른 금융기관을 선택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안정성강조는 그러나 한시적이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다시 수익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구조조정이 끝날 경우 은행간, 금융기관간 경쟁은 더욱 심화된다.

금리차이도 더 나게 된다.

재테크는 역시 선택이다.

선택의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게 투자자의 기본이다.

이제 선택의 결과가 얼마나 냉엄한지를 보여주는 시기가 됐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