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2월이후 3개월째 상승세를 타던 수출이 5월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산업자원부는 5월 수출이 1백14억3천7백만달러로 작년같은 기간에 비해
2.6% 줄어들었다고 1일 발표했다.

수입(76억7천만달러)이 37.5% 줄어든 덕분에 무역수지는 37억6천7백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속빈강정이나 마찬가지다.

원자재 수입이 28.4%나 줄어드는 등 수출기반의 붕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조적인 문제여서 향후 전망도 극히
불투명하다.

국내 수출기반과 해외시장 양쪽 모두 악재투성이다.

국내금융시스템불안, 수출제조기업의 연쇄도산, 동남아시장붕괴, 엔저현상
등 나라 안팎의 상황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수출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수출구조도 불리하게 바뀌고 있다.

지역편중이 심화되고 수출주력상품의 가격이 떨어지거나 물량이 격감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급증하는 반면 일본 중국
동남아시장에 대한 수출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은 통상마찰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미 미국과 EU 등은 자동차에서 철강제품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통상
시비를 걸고 있다.

반도체 화공품 전자제품 등 기존 주력수출제품의 경우 일본등 경쟁국에
밀려 수출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섬유 직물 컬러TV 등 노동집약적인 제품은 개도국의 추격으로 가격 물량
모두 격감하고 있다.

바이어들의 수출단가인하압력까지 겹쳐 수출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다.

산자부는 엔저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하반기에는 수출여건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역업계는 IMF체제이후 고장난 국내 금융시스템이 6개월째 제대로 가동
되지 않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지난달 29일 현재 은행의 수출환어음 매입잔액은 IMF 이전의 77.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상사 외환팀들은 "은행 구조조정이 임박해지면서 수출금융이든 일반
대출이든 구별없이 자금경색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