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의 짧은 지식으로도 저보다 더욱 훌륭한 경영인들이 많이 계신것으로
압니다.
그럼에도 저를 수상자로 결정해 주신 것은 앞으로 저에게 주어진 일에
있어서 타인의 모범이 되어 충실히 해나가라는 채찍으로 받아 드리겠습니다.
저는 해방되던 해인 1945년에 경기도 화성군 비봉면 쌍학리 중농의
가정에서 7남매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님은 생후 100일이 되기전에 돌아가셨으며 아버님은 고등학교시절에
돌아가셨습니다.
그후에도 저의 인생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특히 대학진학에 3번이나 낙방하여 최종적으로는 나이 서른에
한국외국어대학을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그후 현재까지 25년간을 계속 국산제품을 전세계에 팔러 다니던
수출세일즈맨 노릇을 했습니다.
저 자신도 얼마전까지만해도 우리제품을 다른 나라에 파는 것만이 유일한
애국이라는 생각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들과 10년이상 수출분야에서 일하고 나서야 비로소 제생각이
틀렸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최근 국가가 맞고 있는 경제위기가 여러가지 분야에서 우리 모두의 경직된
사고에서 비롯됐습니다.
이같은 경직된 사고에서 좀더 유연한 사고로 바꾸고자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변화를 위해 몇가지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지나치게 경직됐던 애국에 대한 개념도 이제는 세계속의 우리라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까지 우리국민들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으며 또한 우리를
현재까지 있게 해왔던 "피해의식을 바탕으로한 애국심"은 변화된 오늘의
세계속에서 우리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 되기에는 걸맞지 않다고 봅니다.
이제는 마음을 활짝 열고 모든 세계인들과 함께 다같이 잘 살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제2차 세계대전후 소련이 붕괴될때까지는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한
정치논리가 세계의 질서를 지배했습니다.
그결과 이데올로기의 취약성에서 비롯된 소련의 붕괴이후에는 세계질서를
경제논리가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작금의 세계에서는 무기대신 경쟁이 게임의 틀로
등장하게 됐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성증대일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모든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성을 극대화시킬수 있겠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의 모습을
재구축해야 합니다.
셋째 우리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국부에는 크게 두가지를 들수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국가자원이고 또 하나는 국가기술력입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 두가지를 거의 다갖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최근에 기름을 팔고 있는 주유소주인이 외제 차량에 주유를 금한다는
플래카드를 붙여놓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의 사고가 크게 잘못돼 있음을
알았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핸드폰을 쓰며 TV를 보시는 모든 국민이 우리가
기술선진국이 아닌가라고 착각을 하고 계시는 것을 보고 또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생활의 편의을 누리기 위해 아직도 많은 기술료를
지불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신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우리의 기술력을 키우는 것이 완전한
해결책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이루기에는 엄청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합니다.
어쨌든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모든 국민이 열심히 일하고 생활을 영위할수 있게 하는 고용의 창출이라고
봅니다.
넷째로 고용의 창출은 반드시 우리 자본에 의해서만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모두가 우리의 자본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역으로 고용 창출이라는 미명하에 전국민이 모아논 돈을 탕진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자본이 우리 것이든 외국인의 것이든 하는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선진국자본을 투자케 하여 선진국의 자본과 경영기법
그리고 기술이 같이 들어오게 한다면 국가적으로는 더 큰 이득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하기 위해선 외국 자본가들이 한국에 투자해 돈을 많이 벌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서는 그와 정반대입니다.
우리가 필요한 자본을 투자하기를 바라지만 투자한 사람이 돈을 벌어가면
매국노로 생각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이런 사고는 반드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저의 말을 끝내려고 합니다.
다시한번 지적하고 싶은 점은 우리를 정확히 알고 세계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난 후에 우리의 갈 길을 정확히 정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다산상을 준비하신 한국경제신문사 측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