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선거전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제주도에서는 도지후보들간 "공약
베끼기" 논쟁이 한창이다.

후보들은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도 전역 면세지역화, 제주공항 확장 등을
한목소리로 공약했다.

다른 정책도 복사판이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도 지난 선거들의 공약을 재탕하고 있다.

때문에 투표를 며칠 앞두고서도 각 후보들의 지역정책들은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가 한표라도 더 얻어 보겠다고 내놓는 공약집은 "화려하다"고
할만하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무려 11권의 합동공약집을 내놓았다.

한나라당도 1천페이지 분량의 정책 자료집을 발간했다.

하지만 여야의 정책들은 "공약 생산" 과정을 추적해 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될 정도로 천편일률적이다.

어떤 당은 아예 타당의 공약집을 구해와서는 자기네들 공약 부분부분에
그대로 베껴 넣었다.

상대쪽의 정책 "훔쳐오기"가 요즘 일부 당료의 주 업무다.

모양새는 갖춰놓자는 심산이다.

정책담당자들은 지난 대선공약조차 잘 모르고 있다.

당 정책위가 공약 디스켓등을 수거했기 때문이다.

IMF 사태로 공약의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게 수거 이유다.

이같은 사태는 그러나 "공약으로 한번 써 먹었으면 됐다"는 정치권 특유의
무책임성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공약 "공해"마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정책대결이 사라진 자리에는 "공업용 미싱" 공방이 우뚝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김남국 < 정치부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