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투자부진으로 성장잠재력마저 떨어지고 있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계속 허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구조조정이 끝나더라도 산업활동이 정상궤도에 올라서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중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 투자 소비 등 각종
지표들이 최저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투자부진이 심각하다.
기계류 내수출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8% 줄어들었다.
기계류수입 설비투자 건설수주 등도 각각 50%안팎의 감소를 기록했다.
기계류수입은 10개월째, 건설수주는 6개월째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가 일시적으로 급감한 적은 더러 있지만 이처럼 큰폭의 감소세가
몇개월째 이어지는 것은 드문 일이다.
제조업평균가동률도 3월 65.4%를 기록한데 이어 4월에는 68.3%를 기록했다.
올들어 4개월째 60%대에 머물고 있다.
재고는 줄고 있지만 여전히 적정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는 상태다.
자동차의 경우 적정재고가 3만5천대인데 비해 현재 재고는 13만대나 된다.
철강 시멘트 굴삭기도 마찬가지다.
결국 재고가 더 줄어들어야 생산이 늘어나고 투자위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7~8개월뒤의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전월비는 지난달까지
마이너스행진을 계속했다.
4월중에 1.1%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전년동월대비로는 마이너스 3.3%를
나타냈다.
강석인 경제통계국장은 "여전히 연내에는 경기가 바닥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재정경제부도 "예상했던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영철 금융연구원장은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8월께 시작하면 적어도
연말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며 "내년이후에나 경기가 서서히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하반기에는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게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엄봉성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은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성장가능성이 있는
분야에는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한다"며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당겨서 하되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와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지 않도록 추가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도 "고금리현상에 따라 하청업계에 마비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징후가 보인다"며 "V자형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기가 회복되는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전망이다.
구조조정을 조기에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완료하고 설비투자와 품질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투자를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영철 금융연구원장은 "엔화약세 등의 외부악재가 겹쳐있다"고
지적하고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후퇴해서는 안되며 선진국 조기지원자금을
들여와 외환위기부터 잠재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