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캐나다 출장길에 김포공항 면세점에서 어림잡아본 손님의
숫자는 지난해 여름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달러환율이 오르니까 여행객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필자가 면세점 운영자의 입장에서 보니 지금대로라면 도무지 사업성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동의 두바이공항은 세계 어느 공항의 면세점보다 비싸게 파는 물건이
있다면 즉시 차액을 보상해준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인근 걸프 국가들의 공항을 압도하는 서비스로 통과여객이 계속 늘어나자
공항 면세점을 아예 고급 백화점화해 중동의 허브(Hub)공항으로서 경쟁력을
높여 가고 있다.

면세점의 운영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양질의
상품을 파는 일이다.

이는 일류 전문점을 운영하는 기법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또한 세계 어느 공항 면세점을 벤치마킹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국제적인
감각도 중요하다.

중국으로부터 어렵게 얻어낸 여행자유국가 지정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종합적인 후속조치 없이 노비자(No-Visa)로 제주도방문을 허용하는 등
건수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행정규제완화만으로는 어렵다.

중국관광객들에게 표의문자효과를 제공하기 위한 한자병기는 물론 면세점을
포함한 모든 관광관련 서비스에도 구매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월가의 금융기관 간부였다가 일본 이즈모시의 시장이 돼 "행정이 최대의
서비스 산업"임을 실천함으로써 국내외에서 큰 호응을 받았던 이와쿠니
데쓴도씨의 강연을 직접 듣고 피부로 느낀 관료들도 수두룩 할텐데...

정권은 바뀌어도 복지부동의 비법(?)이 전승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관광흑자의 경상수지 개선효과를 과소평가하기 때문일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