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내달 9일께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들어간다.

정 명예회장의 이번 북한방문은 중국을 경유하던 이전과 달리 판문점을
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남북경협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대 실무진들은 오는 30일 베이징(북경)에서 북한측 관계자들과 만나
소 전달 방식 등 실무절차를 최종 협의키로 했다.

실무 접촉에서는 <>정 명예회장의 북한체류기간 <>방북 인원수 <>소의
북송 절차 <>소를 싣고 갈 트럭의 반환문제 등이 논의된다.

정부가 기업인의 북한방문을 자유화한 상태여서 정 명예회장의 방북에
따라 재계는 기업인들의 방북이 러시를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경련 김태일 이사는 "정 명예회장의 방북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남북
양측이 자연스레 공식 채널을 갖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업종 및 투자액 제한을 철폐한 만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북한에 진출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업종 가운데는 특히 각종 경공업과 농업 관광업 등 분야에서 북한 진출을
노리는 업체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섬유임가공, 삼성전자는 북한통신현대화사업 등을 벌이기로
하고 이미 방북승인을 받아두었다.

현대종합상사는 선반기자재 위탁가공 공장을, (주)한화는 PVC장판제조
공장을 각각 설립할 계획이다.

대우 관계자는 "아직 확정짓지는 않았지만 가전제품 조립공장을 짓고
의류공장의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인건비 따먹기"식의 진출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북한의 개방에 대비해 미리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이 많은
편이다.

삼성 관계자는 "북한의 환경 식량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기구의
지원사업이 적지 않다"며 "북한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입찰에 참여할
경우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는 오는 30일 북한과의 협상에서 방북조건이 최종 합의되면
정몽구.

정몽헌 회장 등 정 명예회장 가족과 이익치 현대증권 사장 등 10여명을
수행단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은 정 명예회장과 같은 시기에 보낼 소 5백마리의 검역을 끝내고
서산농장에 대기시켜 둔 상태다.

현대자동차는 소를 싣고갈 5t 트럭 45대를 제작, 개조를 완료했다.

정 명예회장이 고향인 강원도 통천에 지정기탁키로 한 옥수수 5만t
가운데 1만t은 지난 7일 북송됐고 나머지 4만t은 별도의 적십자 협의 채널을
거쳐 북한에 지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 김정호 기자 jhkim@ 권영설 기자 yskwon@ >

[[ 정주영 명예회장 방북추진 일정 ]]

<>2월8일~11일 =정몽헌 회장 베이징서 전금철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만나 정주영 명예회장 방북논의 시작

<>3월27일 =정부, 기업인 방북 자유화

<>4월13일~18일 =남북한 차관급 회담 기간중 현대-북한 실무협상

<>4월18일~21일 =현대 실무팀 방북

<>4월30일 =현대-북한 베이징서 실무협상(정 명예회장 방북 최종합의 예정)

<>6월9일 =정 명예회장 소5백마리와 판문점 통해 방북 예정

<>7월 =금강산 관광사업 개시예정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