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은 갈수록 심화돼 금융시스템이 마비상태에 빠졌다.
노동계에선 27일부터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런가하면 미국달러화에 대한 일본엔화환율이 7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
으로 상승, 수출전선및 환율안정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 주가는 연이틀째 폭락해 종합주가지수 300을 위협하고
있다.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과 금리도 꿈틀거리는 기미가 역력하다.
이런 현상은 지방선거후 기업및 금융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더욱 악화돼
금융위기가 재현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6일 한때 310선이 깨진 조합주가지수는 311.99로 마감, 300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전날(331.90)보다 19.9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11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처럼 주가가 폭락한 것은 민주노총의 파업선언 등으로 매물출회가 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여기에 구조조정을 앞둔 금융기관들이 유동성확보를 위해 주식을 무차별적
으로 내다팔고 있는 것도 증시붕락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더욱이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환율은 달러당 1백37.68엔(오후5시
현재)까지 상승(엔화가치 하락)했다.
이는 7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정부가 급격한 환율상승에 방어막을 치고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일부에서는 엔.달러환율이 달러당 1백40엔을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엔화약세는 우리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당장 수출이 문제다.
한국은행은 엔.달러환율이 1년동안 1백40엔대를 유지할 경우(엔화 작년
대비 16%절하) 올 무역수지는 15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뿐만 아니다.
그동안 잠잠하던 원.달러환율에도 영향을 미칠수밖에 없다.
달러강세는 서울외환시장에도 작용, 원.달러환율을 끌어올리게 된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천3백93원으로 전날
종가(1천3백84원)보다 9원 올랐다.
외환딜러들은 수출네고자금유입과 1백억달러에 육박한 외화예금 등으로
원.달러환율 급등세가 억제되고 있지만 엔.달러환율이 1백40엔을 넘어설
경우 달러당 1천5백원은 쉽게 돌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신용경색심화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붕괴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자금배분기능은 사실상 상실된 상태다.
이달들어 지난 20일까지의 은행권 대출 증가액은 1천7백32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5천4백41억원)의 31.8%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기업들의 자금난은 가중되고 있으며 흑자도산하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현재의 경제상황은 "신용경색-기업도산-금융기관부실화-기업
도산"이 되풀이되는 복합불황현상을 띠고 있다며 여기에 엔화약세까지
나타나 수출마저 둔화되면 금융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