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신비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래서 산을 찾지만, 정작 산행때의 크고 작은 위험에 대해선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해마다 산에서는 기상이변이나 부주의로 적지않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우리의 경험으로는 특히 3월에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올 3월에도 예년에 없던 갑작스런 폭설로 인해 민주지산에서 훈련받던
군인들과 설악산 일대의 등산객들이 목숨을 잃었다.

필자도 몇해전 3월 하순께 설악산에 오른 적이 있다.

서울서 한계령에 가는동안 내리던 봄비가 귀때기청봉 -> 대승령까지의
10시간여 산행엔 눈보라로 변해 무척 고생했다.

다행히 경험 많은 일행과 노련한 등반대장이 있어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필자는 이런 경험을 통해 산에서는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이치를 터득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산에 오른다.

산을 좋아하다 보니 크고 작은 등산 모임이 많이 있다.

강행군으로 악명높은 "화재보험협회 산악부"를 비롯해 좋아하는 산과
산행코스, 산행속도, 식성(막걸리 등)이 잘 맞아 자주 만나는 "금수강산"
정철화 사장님과의 모임이 있다.

또 초보자가 많아 느림보(소설가 김용철 선생 때문)란 별명이 붙은
"동서문학회 산악회"는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다.

화재보험협회 산악부는 전국 유명산 거의 모두를 정복했다.

밤하늘에 명멸하는 별들처럼 생겼다가 곧 없어지는 웬만한 모임과 달리
20여년이나 면면히 이어져 온 연륜에 바탕한 것이다.

물론"프로급 산악인"이 수두룩하다.

77년 우리나라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대원의 한 분인 김명수
부장(98년2월 퇴직)이 몸담았었고, 72년 히말라야 마나슬루봉 등정때
눈사태를 당한(15명 희생)끝에 구사일생으로 살아 오신 최석모 상무이사가
있다.

우리 산악부는 베테랑 산악인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부원 대부분이
산행속도가 빠르기로 유명하다.

또 숙박 산행때는 스스럼없는 분위기로 밤새 여흥을 즐기다 산행을
포기하게 되는 사례도 종종 있어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산을 통해 형성된 끈끈한 의리와 동료애를 바탕으로 오늘도 국가
방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바라만 봐도, 생각만 해도 언제나 설레게 하는 산-.

다가오는 연휴엔 신록의 지리산을 꼭 종주해 보리라.

이두홍 <한국화재보험협회 총무부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