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조명 'IMF 6개월'] 종합진단 (하) '자산디플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회사원 이태식씨(38).
그는 전형적인 중산층 샐러리맨이다.
서울 목동에 27평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다.
얼마되지는 않지만 주식에도 투자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직전인 지난해 11월만해도 그는 재산을 따질때 제법
우쭐했다.
아파트 매매값이 2억1천만원.
주식을 현금화하면 2천3백만원.
비록 주식에서 상당한 손실을 봤지만 은행예금(2천1백만원)까지 끌어모으면
2억5천4백만원이 그의 재산이었다.
6개월이 지난 요즘.
이씨의 재산은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아파트 매매값은 1억5천만원이다.
6개월새에 6천만원이 달아났다.
주식은 더 한다.
정확히 반토막이 났다.
팔고 나면 손에 쥐는건 고작 1천1백만원.
은행예금을 합해야 1억8천2백만원이다.
그동안 소비지출을 늘린 것도 아니고, 주식을 갖고 "장난"을 친 것도
아닌데 사정이 이렇다.
"자산디플레"가 시작됐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이후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이다.
자산디플레란 실물(부동산)과 금융자산(주가)의 가치가 동반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자산디플레가 본격화되면 장기복합불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은 부동산이 팔리지 않으면 기업도산은
위험수위에 달한다.
그렇게되면 금융기관 부실화는 심해지고 이는 다시 신용경색과 기업연쇄도산
으로 이어진다.
이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우선 땅값과 집값부터 그렇다.
지난해 3.4분기중 전국지가지수는 101.99(건설교통부 조사).
지난 1.4분기엔 100.52로 떨어졌다.
전국의 평균 땅값은 6개월새에 1.44% 하락했다.
도시지역일수록, 상업및 공업지역일수록 땅값 하락폭은 더 컸다.
집값하락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지난 4월 도시지역 주택값은 지난 11월에 비해 7.89% 하락(주택은행 조사)
했다.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더욱 심하다.
전세값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전세값이 폭락하고 있으나 거래는 드물다.
전세값을 둘러싼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분쟁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 지난 5개월사이에 도시지역 전세값은 13.21%나 떨어졌다.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값은 23.16%나 하락했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종합주가지수는 362.53.
꼭 6개월전인 지난해 11월20일(488.11)보다 25.77%(125.88포인트)
뒷걸음쳤다.
6백6개 종목의 주가는 반이하로 떨어졌다.
7백73개 상장사들의 싯가총액도 91조6천6백97억원에서 71조7천2백37억원으로
줄었다.
물론 이런 현상만을 두고 자산디플레가 본격화됐다고 속단할수는 없다.
주가나 땅값은 얼마든지 오르고 내릴수 있어서다.
문제는 땅값과 주가의 동반하락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단계다.
부동산 매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부동산값이 하락하자 추가담보를 노골적으로 요구
하고 있다.
퇴출기업과 금융기관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관련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반면 기업과 개인의 실질소득은 갈수록 줄고 있다.
집이나 땅이 아무리 싼값에 나와도 살수 있는 능력이 없다.
실제 대부분 연구기관은 자산디플레가 적어도 올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자산디플레압력지표가 *1.4분기 11.90 *2.4분기 11.27
*3.4분기 12.87 *4.4분기 13.30로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연말로 갈수록
자산디플레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자산디플레가 일본식 장기복합불황으로 연결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금융연구원은 "자칫하면 일본식 장기복합불황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반면 LG경제연구원은 복합불황의 초기단계인건 분명하지만 일본과는 다른
점도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부동산값의 거품붕괴로 복합불황을 맞은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 부동산값은 거품이 적은 편이고 *금융기관들이 보수적으로 부동산
담보대출을 운용해온 데다 *전세제도가 자산디플레때 금융기관이 받는
충격을 완충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일본식 장기 복합불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LG연구원도 그러나 자산디플레를 해소할수 있는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장기 복합불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보면 IMF체제 6개월이 가져다준 최고의 불청객은 다름아닌
자산디플레다.
아울러 IMF체제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날수 있느냐 여부는 자산디플레로
인한 장기복합불황의 악순환고리를 얼마나 빨리 단절할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3일자 ).
그는 전형적인 중산층 샐러리맨이다.
서울 목동에 27평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다.
얼마되지는 않지만 주식에도 투자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직전인 지난해 11월만해도 그는 재산을 따질때 제법
우쭐했다.
아파트 매매값이 2억1천만원.
주식을 현금화하면 2천3백만원.
비록 주식에서 상당한 손실을 봤지만 은행예금(2천1백만원)까지 끌어모으면
2억5천4백만원이 그의 재산이었다.
6개월이 지난 요즘.
이씨의 재산은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아파트 매매값은 1억5천만원이다.
6개월새에 6천만원이 달아났다.
주식은 더 한다.
정확히 반토막이 났다.
팔고 나면 손에 쥐는건 고작 1천1백만원.
은행예금을 합해야 1억8천2백만원이다.
그동안 소비지출을 늘린 것도 아니고, 주식을 갖고 "장난"을 친 것도
아닌데 사정이 이렇다.
"자산디플레"가 시작됐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이후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이다.
자산디플레란 실물(부동산)과 금융자산(주가)의 가치가 동반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자산디플레가 본격화되면 장기복합불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은 부동산이 팔리지 않으면 기업도산은
위험수위에 달한다.
그렇게되면 금융기관 부실화는 심해지고 이는 다시 신용경색과 기업연쇄도산
으로 이어진다.
이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우선 땅값과 집값부터 그렇다.
지난해 3.4분기중 전국지가지수는 101.99(건설교통부 조사).
지난 1.4분기엔 100.52로 떨어졌다.
전국의 평균 땅값은 6개월새에 1.44% 하락했다.
도시지역일수록, 상업및 공업지역일수록 땅값 하락폭은 더 컸다.
집값하락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지난 4월 도시지역 주택값은 지난 11월에 비해 7.89% 하락(주택은행 조사)
했다.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더욱 심하다.
전세값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전세값이 폭락하고 있으나 거래는 드물다.
전세값을 둘러싼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분쟁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 지난 5개월사이에 도시지역 전세값은 13.21%나 떨어졌다.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값은 23.16%나 하락했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종합주가지수는 362.53.
꼭 6개월전인 지난해 11월20일(488.11)보다 25.77%(125.88포인트)
뒷걸음쳤다.
6백6개 종목의 주가는 반이하로 떨어졌다.
7백73개 상장사들의 싯가총액도 91조6천6백97억원에서 71조7천2백37억원으로
줄었다.
물론 이런 현상만을 두고 자산디플레가 본격화됐다고 속단할수는 없다.
주가나 땅값은 얼마든지 오르고 내릴수 있어서다.
문제는 땅값과 주가의 동반하락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단계다.
부동산 매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부동산값이 하락하자 추가담보를 노골적으로 요구
하고 있다.
퇴출기업과 금융기관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관련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반면 기업과 개인의 실질소득은 갈수록 줄고 있다.
집이나 땅이 아무리 싼값에 나와도 살수 있는 능력이 없다.
실제 대부분 연구기관은 자산디플레가 적어도 올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자산디플레압력지표가 *1.4분기 11.90 *2.4분기 11.27
*3.4분기 12.87 *4.4분기 13.30로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연말로 갈수록
자산디플레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자산디플레가 일본식 장기복합불황으로 연결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금융연구원은 "자칫하면 일본식 장기복합불황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반면 LG경제연구원은 복합불황의 초기단계인건 분명하지만 일본과는 다른
점도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부동산값의 거품붕괴로 복합불황을 맞은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 부동산값은 거품이 적은 편이고 *금융기관들이 보수적으로 부동산
담보대출을 운용해온 데다 *전세제도가 자산디플레때 금융기관이 받는
충격을 완충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일본식 장기 복합불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LG연구원도 그러나 자산디플레를 해소할수 있는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장기 복합불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보면 IMF체제 6개월이 가져다준 최고의 불청객은 다름아닌
자산디플레다.
아울러 IMF체제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날수 있느냐 여부는 자산디플레로
인한 장기복합불황의 악순환고리를 얼마나 빨리 단절할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