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맥길 / 존 슬로컴 Jr. 공저

[ "맥가이버 기업" (원제:The Smarter Organization) ]

조직및 행동과학을 전공하는 두 사람의 경영학자에 의해 쓰여진 이 책은
지금의 세계가 얼마나 많이 달라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는 기업인에게 기업의 최고 자산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넓은 부지, 거대한 생산설비, 다양한 제품들을 열거한다.

그러나 선진국 기업인에게 물어보면 창의력 있는 사원과 핵심역량 단위로
구성된 조직이라고 대답한다.

지금처럼 시장이 빨리 변하면 제품도 시설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다이이찌사는 에어컨을 생산했다.

일본 가정은 협소해서 에어컨이 사용되지 않을 때에는 공간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그래서 다이이찌 사원이 가정을 돌며 에어컨을 수거해 창고에 보관했다가
이듬해 다시 설치해 줬다.

한 사원이 끌고 다니는 밴트럭은 이동하는 정비공장이다.

가정을 방문할 때마다 다른 회사 제품들까지 모두 수리해 줬다.

각 제품에 대해 무관심했던 고객을 상대로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 하나하나에
대해 토의를 유도해 냈다.

고객의 잠재적 창의력으로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제품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낸 것이다.

그 결과 다이이찌사는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제품들을 개발해 냈고,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산뜻한 카타로그에 담겨 각 가정에 보급되었다.

각 가정은 가전 제품을 바꿀 때마다 다이이찌 제품을 구매했다.

한 사람의 다이이찌 사원은 서비스 정비 조사 능력을 골고루 갖춘 맥가이버
사원이었다.

기술을 몇 개나 더 가지고 있느냐, 얼마나 많은 분야의 일을 할 수 있느냐,
몇 개의 외국어에 능통하냐에 따라 사원들의 봉급이 좌우됐다.

이는 20년 전에 외국인이 손끝에 익혀준 단 하나의 기계작동 방법을 익혀
가지고 일생을 책임져 달라고 노조투쟁을 벌이는 우리 실정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우리가 20명이 하고 있는 일을 외국인들은 4~5명이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려면 조직과 개인 모두의 노력이 합치돼야 한다.

조직이 핵심역량 단위로 바뀌어야 한다.

이는 엄청난 창의력을 요한다.

창의력은 곧 학습능력이다.

그 학습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조직형태가 바로 팀조직이다.

지금 한국사회 전체가 가지고 있는 조직은 기능단위 조직이다.

같은 기능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단위조직에 수용하고 있는 조직이다.

회계과에는 회계인력만 모여 있다.

이런 조직을 가지고 일을 하려면 여러 개 부서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조직은 이제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은 팀조직의 시대다.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창의력을 유발시킬 수 있는 팀장이 실명제하에
임무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수행하는 조직단위다.

따라서 팀장은 유능한 코치요, 교사요, 리더가 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부장을 팀장이라고 이름만 바꿔 부르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프로젝트 단위의 팀조직이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고객
중심의 팀조직이 유행이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고객을 만족시킬 때에만 의미가 있다.

그래서 고객을 여러 개의 집단으로 분류하고 각 고객 집단별로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제품과 서비스 내용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서 그들에게 봉사하려는
노력이 팀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팀조직은 특정 고객집단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능을
수용한다.

하나의 팀이 설계, 생산, 판매, 애프터서비스까지를 관리한다.

이렇게 하려면 협업능력이 뛰어나야 하며, 한사람 한사람이 맥가이버같은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수많은 사례를 통해 경영 리더십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매우 잘
설명해 주고 있다.

< John Wiley & Sons, Inc. 1994 >

지만원 <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