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꼼짝 못하게 사로잡는 산뜻하게 튀는 광고.

이는 음료업체는 물론 음료광고를 만드는 광고대행사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특히 올해는 불황과 대량실업으로 어느때보다 소비자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음료업계는 이들의 "갈증"을 매출로 연결시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짜고 있다.

음료광고는 주로 청소년층을 겨냥한다.

이들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연간 2조5천억원 규모인 음료시장에서 10대와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롯데칠성 해태음료 제일제당 일화 등 음료업체들은 각기 튀는 광고를
만들어놓고 젊은이들의 호응을 기다리고 있다.

음료 성수기는 6~8월 석달.

마침내 결전의 시기가 임박한 것이다.

올해 음료시장에서 가장 전의를 불태우는 회사는 롯데칠성.

봄부터 콜라업체들을 겨냥, 공격적 비교광고를 내놓고 요란하게 소리쳐대고
있다.

이 회사의 "칠성사이다"광고 헤드라인은 "어떤 음료를 마실 것인가"이다.

롯데는 단도직입적으로 "콜라를 마시겠느냐, 사이다를 마시겠느냐"고
소비자들에게 묻는다.

아울러 "사이다에는 카페인이 없고 색소가 없다"고 설명한다.

또 "로열티도 지불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즉 "사실이 이런데도 계속 콜라를 마시겠느냐"고 소비자들에게 따져
묻는 셈이다.

아예 사이다병과 콜라병을 나란히 세워놓고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롯데칠성이 이처럼 목청을 높여가며 비교광고를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올 여름 음료시장의 화두가 콜라이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는 국내 보틀링업체들을 인수, 직접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영원한 라이벌 펩시콜라도 심볼 컬러를 청색으로 바꾸고 판촉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범양식품은 국산 콜라 "815"를 내놓고 "독립"을 외치고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의 관심은 콜라로 쏠리게 돼 있다.

롯데칠성이 소비자들을 붙들고 따져 묻는 것은 이런 상황을 방치하다간
소비자들이 자사의 주력상품인 사이다를 외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일제당은 IMF시대 소비자들의 "심리적 갈증"을 광고 테마로 잡았다.

스포츠음료 "게토레이"로 소비자들의 "마음의 갈증"을 풀겠다는 얘기다.

지난해까지는 광고에서 운동선수의 신체적 갈증을 부각시켰다.

"게토레이" 광고의 주인공은 미국 프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야구선수 박찬호와 휠체어에 몸을 싣고 다리를 건너는 장애인.

광고에는 이 두 사람이 다리 중간에서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의 심장은 함께 뛰고 있다"는 멘트도 이어진다.

야구스타 박찬호의 땀이 소중하듯 한계상황에 도전하는 장애인의
땀도 소중하다는 의미다.

제일제당측은 "이 광고를 통해 실의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굳이 따지자면 그 대가로 국민들에게서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것이 제일제당 광고의 목표다.

해태음료는 독특한 신문광고로 젊은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자사의 "콤비콜라"를 선전하기 위해 인기 영화의 신문광고를 그대로
본떴다.

독자들이 최근 개봉된 인기영화 광고인줄 알고 보다가 영화 광고를
천연덕스럽게 패러디한 광고임을 알고 한바탕 웃도록 하기 위해서다.

"콤비콜라" 광고는 영화 "타이타닉"을 "콤비타닉"으로,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콤비콜라보다 더 좋을 순 없다"로, "아이언마스크"를
"콤비마스크"로 바꿔놓고 있다.

또 영화 주인공 디카프리오, 잭 니컬슨 등이 있어야할 자리에 콤비콜라의
심볼인 고릴라가 자리잡고 있다.

광고에는 "98 세계 콜라시장을 들끓게할 화제작" "미성년자 음용가"
"절찬판매중" 등 영화광고를 연상케하는 문구들이 들어 있다.

80년대말 보리음료 "맥콜"로 재미를 보았던 (주)일화는 신제품 "맥"의
CF모델로 탤런트 최불암과 박원숙을 내세웠다.

두 탤런트는 지난달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
이룰 수 없는 중년의 로맨스를 펼쳤던 "드라마 속 연인".

"맥콜" 인기를 기억하는 중년 탤런트를 모델로 내세워 "맥콜"의 부활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좋은 광고는 매출증대의 견인차역할을 해냄은 물론 유행까지
창조한다.

올 음료시장에서는 어떤 광고가 어떤 유행을 불러일으킬지 업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