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현 < 한국야쿠르트 마케팅본부장 >

국내 전통음료시장이 기울고 있다.

2년전까지만 해도 식혜 수정과 등 전통음료는 소비자들로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음료업계 종사자들은 전통음료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매우 기뻐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전통음료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고전하고 있다.

물론 IMF불황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세상에 잘 되는 장사가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답이 궁해진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한 업체 제품이 인기를 끌면 경쟁업체들이 "나도(Me Too) 그런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유사제품을 쏟아내는 이른바 "Me Too 전략".

바로 이 전략 때문에 전통음료가 공멸하게 됐다는 점이다.

업체들이 덤핑경쟁을 벌이는 사이 소비자들은 떠났다.

"Me Too 전략"의 한계는 전통음료 식혜의 성장과 쇠락에서 잘 드러난다.

"비락식혜"가 등장한 94년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우리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컸다.

"비락식혜"는 시기적으로 적절한 때에 나온 셈이다.

하지만 "비락식혜"가 성공한 보다 중요한 이유는 전통적 쌀 발효기술을
제대로 복원, 집에서 빚은 식혜 맛을 재현했기 때문이었다.

식혜음료가 인기를 끌자 음료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유사제품을 내놓았다.

이 바람에 식혜시장은 단숨에 2천억원 규모로 커졌다.

수정과 대추음료 미숫가루 칡음료 등도 속속 시판돼 전통음료군을 형성했다.

식혜음료를 생산하는 업체는 한때 1백여개로 늘어났다.

중복투자 과잉투자가 이뤄졌음은 물론이다.

"비락식혜"를 본떠 만든 식혜음료중에는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에 미달한
제품도 적지 않았다.

"Me Too 제품" 속성상 서둘러 시장에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던 것.

바로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은 차츰차츰 식혜음료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IMF사태까지 겹치면서 절반이 넘는 70여개 업체가 도산하고
말았다.

"Me Too 전략"의 매력은 손쉽게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신제품 개발을 외면한채 모방만 일삼다가는 고정고객을 확보할 수
없다.

결국에는 "Me Too 식혜"를 생산한 업체들처럼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만다.

당장의 매출증대에 급급한 나머지 "Me Too 전략"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전통음료 쇠퇴과정을 통해
확인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