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인위적인 고금리정책을 중단하고 시중금리를
시장상황에 맞게 적극적으로 낮춰가기로 합의한 것은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애로요인이었던 고금리문제가 해결되면 실물경제의 회생 실마리를
찾는 것도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와 IMF가 이번 2.4분기 정례협의를 계기로 IMF프로그램의
방향을 그동안의 외환시장안정에서 실물경제 애로해결쪽으로 전환한 것은
우리경제의 당면과제를 풀어나가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같은 합의가 곧 문제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앞으로의 정책운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장금리를 어떻게 낮추고 실물경제를 회생시키는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금리가 높은 것은 IMF의 고금리유지 요구에도 상당한 원인이 있지만
여러가지 다른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예컨대 시중유동성이 일부 대기업에 편중돼있다거나 자금의 흐름이
금융기관간에 한정돼 생산기업에 공급되지않는 금융시장의 왜곡현상이
그중의 하나다.

현재의 고금리현상은 자금의 수급불균형보다 부도위험으로 인한 기업들의
신용리스크가 높아 돈이 돌지못하고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따라서 그러한 금융시장의 왜곡현상이 시정되지 않고는 콜금리 등
금융시장의 기준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기업들의 비용절감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견해에도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실질적인 금리인하가 이뤄지기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의지뿐 아니라
금융기관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기업부도 우려때문에 대출을 꺼린다면 당장은 위험을 회피하는 것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결국은 금융기관 자신들의 영업기반을 훼손하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금융산업구조조정을 앞두고 BIS자기자본비율
확충 등을 내세워 지나치게 경직적인 자금운용을 하는 것은 실물경제의
숨통을 죄는 일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금융기관의 합병.폐쇄 등 구조조정에 대한 정책방향은 내세우면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을 내놓지못하고 있다.

이는 결국 금융기관들에 마구잡이식 대출회수를 부추겨 돈이 돌지않게하는
구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금융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정책비전 제시와
뚜렷한 실천방안 마련이 가장 확실한 금리인하대책이 아닌가 싶다.

금리인하에 대한 IMF와의 합의가 이뤄진만큼 정부는 금리입찰 등 고금리
조장행위를 단속하는 식의 미봉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왜곡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치유하는 적극적인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