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무회의가 열렸던 지난 6일 조그만 헤프닝이 벌어졌다.

이날의 주제는 초미의 관심사인 "실업대책 추진현황과 이행점검".

이기호 노동장관의 보고에 이어 1시간반이상 국무회의가 열렸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청와대 고위층으로부터 "노동장관이 청와대 기자실에서 회의내용을 설명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정부의 실업해소노력을 언론을 통해 최대한 알리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청와대 기자실에서는 "별 내용도 없는 것을 브리핑할 필요가 없다"
는 거부감을 보였다.

결국 이 장관이 노동부기자실에 와서 이 내용들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사실 이날 나온 "실업대책"은 이미 거의가 발표된 내용들이었다.

추진실적도 홍보할 만큼 알맹이가 없었다.

올해 7조9천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지만 4월까지 불과 5천5백억원이 집행됐을
뿐이다.

그나마도 생색내기용 사업들이 많다.

정부부처들이 앞다퉈 실업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도 이래서다.

실업문제로 민심이 흉흉하다.

그래서 대통령이 오는 10일 TV에 출연해 국민과의 대화를 가질 주제도
바로 실업대책이다.

실업은 생계문제고 생존문제다.

삶과 죽음의 가운데 실업이 있다는 말도 있다.

설사 언론이 현 정부가 실업대책을 잘 세운다고 추켜세워도 실업자들의
뼈속에 다가오는 고통은 어쩔 수 없다.

정부가 실업대책 홍보로 분주하기보다는 차라리 그 시간에 실효성있는
실업대책을 내기 위해 고민할 일이다.

김광현 < 사회1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