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백치문화와 색골문화 ]

김상원 < 경기대 교수 >

우리나라의 성문화는 가정.학교의 백치적 성문화와 사회일반의 색골적
성문화로 이중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가정에는 여전히 전통적 유교적 가부장적 성문화가 지배적이어서 자녀들과
주부는 성을 알아서는 안되고 알게되면 탈선하기 때문에 성은 가르쳐서는
안되는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학교는 학부모의 묵시적 또는 명시적 압력 때문에 성교육을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모험으로 간주된다.

때문에 성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선뜻 이를 실천하는 "용감한"학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모르는 게 약"이 된다는 백치적 성문화가 보편화 되어 있는 것이다.

성적 호기심이 폭발하는 청소년에게 "성"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폐쇄된 성"이 되고있다.

학교문을 나서자마자 청소년들이 마주치는 것은 홍수처럼 쏟아져나오는
성 상품들이다.

거리의 입간판에서부터 가판대에 꽂혀있는 주간지, 월간지를 비롯 각종
잡지들의 표지와 극장 광고판은 전라의 남녀가 현란한 색상으로 도색되어
있다.

승합차에 섹스상품을 싣고 다니면서 가두에서 판매하는 이동 "번개섹스숍"은
6백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이 중고등학교 수업이 끝날무렵에 교문앞에 진을 치면 남녀 학생들이
집단으로 몰려들어 주로 흥분제와 남녀성기모형 등의 상품을 순식간에
구입해간다.

우리사회 곳곳에서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 매춘행위와 매춘알선행위는
우리사회의 도덕적 몰락의 징후를 예고해준다.

지난해 고교2년 남학생 3명과 여중 2년생 1명이 만든 포르노비디오
(빨간마후라)사건만 해도 그 작품이 전국 초중고 학생들이 몇차례 순회
감상한 후에까지도 학부모는 물론 학교교사들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가정과 학교의 성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1위의 낙태천국이 되고 있는 이나라의 장래는 IMF의 위기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비극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도 있다.

여중생들이 교사들 몰래 교내에서 낙태계를 만들어 친구의 낙태수술비를
마련하고 있는 실정임에도 대다수 학교장들은 성교육이야기만 나오면 그것은
학교에서 할일이 아니라고 태연자약하고 있다.

성교육의 본질은 섹스교육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전체를 다루는 섹슈얼리티(전성)교육이며 인간의 교육이다.

이 본질적인 인간교육을 교육전문기관인 학교에서는 외면하고 대한가족협회
보건소 청소년 상담기관 등이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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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매주 화.목요일자에 싣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