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화 탄생의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기축통화의 등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금융 무역 등 세계경제 전반에 걸친 일대 판도변화로
이어진다.

물론 변화의 구체적 양상에 대해서는 아직 확언하기 이르다.

하지만 대체적인 윤곽은 "유럽의 부상"과 "비유럽 국가의 상대적인 약화"다.

유럽과 미국만을 비교할 경우 통화통합에 따라 유럽의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높아지는 반면 미국은 0.2%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우선 유럽기업들은 유러화 등장에 따라 수익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역내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의 경우 당장 외환수수료 환차손 등의 "거래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유럽기업들이 누릴 이같은 거래비용 절감효과만도
연간 6백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곧 유럽기업들이 비유럽기업에 대해 가격경쟁력상 우위를 갖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

이와함께 유러화는 통화가치 상승을 통해 국제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유럽의 영향력도 한층 강화시킬 전망이다.

유러화가 달러화에 대한 국제수요를 대체,결과적으로 유러화 강세-달러화
약세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달러를 포함한 주요국 통화의 국제수요 구성요인은 두가지.

하나는 <>수출입거래시 대외결제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거래적 동기)
이고 또하나는 <>대외자산을 화폐 형태로 보유하기 위한 것(투기적 동기)
이다.

이중 대외결제수단으로서의 달러화 비중은 63%나 된다.

대외자산으로서의 달러화 비중(중앙은행 외환보유고중 달러비중)은 71%에
달한다.

이처럼 달러가 선호되는 것은 그 가치가 다른 어느 통화보다도 안정적이라는
"통화가치의 신뢰도" 때문이다.

그러나 유러의 등장은 이같은 달러 독주에 제동을 걸 것이 분명하다.

도이체방크는 "21세기 초반에는 국제 결제에서 유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35%선에 이르고 달러비중은 35~40%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 국제경제연구소(IIE)의 프레드 버그스텐소장도 "유러 출범 첫해에만
세계자본시장에서 5천억~1조달러가 유러화로 투자전환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달러화에 대한 유러화의 가치는 10~15%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유러화가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달러화가 지나치게 하락하면 미국이 달러 방어를 위해 고금리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동안의 세계적인 저금리추세가 퇴조하고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게 "유러화 비관론자"들의 주장이다.

< 임혁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