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평범하다.

건강을 지키거나, 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나고 싶다든지 하는 지극히
소박한 것들이다.

그런데 요즘 다른 이유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갈 데가 없어서,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산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가슴 아픈 현실이다.

산은 모든 사람을 포용한다.

어떤 이유에서 왔건, 어떤 마음을 안고 왔건, 산은 찾는 사람을 거부하는
법이 없다.

이렇듯 산은 넉넉한 가슴으로 모든 것을 감싸 안는다.

LG전선의 "산사랑회"도 그렇다.

굳이 산의 거창한 의미나 철학적 명제를 부여하지 않고 그냥 산이
좋아 오르는,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래서 모임 이름도 솔직하고 단순하게 "사랑"이라는 말을 그냥 쓰고 있다.

얼굴이 얼어붙을 것 처럼 눈보라치는 소백산과 지리하게 길고 높은
한 여름의 지리산, 그리고 새벽 어둠을 가르며 길게 늘어선 랜턴 불빛이
인상적이던 설악산의 야간 산행은 지금도 한 모금 청량제처럼 느껴지곤 한다.

기운이 달려 뒤로 처지는 회원이 있으면 누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밀고
끌어주는 따뜻한 마음이 절로 생겨나 깊은 산행의 맛을 더해 준다.

현실에 떠밀려 바쁘게 살다 보면 한 직장에 근무하는 선후배라 할지라도
생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가뿐 숨을 몰아쉬며 함께 산에 오르다보면 같이 한 길을 가는
사람들이라는 진한 동료애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덧
정상이고 물 흐르듯 걷다 보면 언제인가 싶게 산행은 아쉬움을 남긴채
끝난다.

인자요산, 지자요수라고 했다.

너그러운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가 많은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산사랑회"사람들은 산을 좋아하고 또 사람들을 사랑한다.

산에서 보내는 시간 만큼 인내가 몸에 배어,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더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산사랑회"는 앞으로도 산에 오를 것이다.

사람들이 왜 산을 오르느냐고 물으면 "그냥 좋아서요"라고 대답해 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