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이 자동차사업 중심으로 "세계경영"의 틀을 다시 짠다.

대우 고위관계자는 22일 "세계경영을 시작할 때인 93년과는 경영여건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조만간 21세기 초국적 자동차기업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세계경영 비전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는 이에 따라 빠르면 이달 중으로 가칭 "세계경영지원팀"을
대우자동차에 신설해 세계경영 전략을 전면 정비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전세계 3백70여개 법인과 1백40여개 지사 14개 연구소 등
지역별 조직도 자동차중심으로 재편키로 했다.

대우가 세계경영 전략을 수정키로 한 것은 세계경영이 6년째를 맞으면서
질적인 도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우리나라의 신인도가 크게 추락하면서
확장 중심의 세계경영전략에 제동이 걸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사실 대우의 이같은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됐었다.

전계열사가 해외사업에 있어 대우자동차를 지원하는 형태로 뛰었다.

폴란드의 자동차 회사인 FSO와 FSL은 대우중공업이 인수한 회사다.

대우전자가 올들어 폴란드에 대규모 카오디오 공장을 지은 것도 자동차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IMF체제 이후에는 자동차를 제외한 부문에선 "지분 절반은 떼줘도
좋다"는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주)대우는 최근 지난 95년 사업권을 따낸 총투자비 13억달러 규모의
인도 코르바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에 아세아브라운보베리(ABB)를 끌어들였다.

총 투자비의 절반만 부담키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김우중 회장도 지난 21일 공관장 경제연찬회에서 "당장 외자를 들여오는
것이 국익을 위해 긴요하다"며 비주력 해외사업의 일부 지분은 매각할 것임
을 시사했다.

재계에선 김 회장이 (주)대우 대우중공업과 함께 대우자동차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은 것을 세계경영전략의 변화 예고로 해석하고 있다.

그룹내 자금통인 강병호 전(주)대우사장을 대우자동차사장으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폴란드지역본사사장으로 발령했던 김태구 사장을 대우자동차에 남겨 GM과의
협상을 전담케한 것도 마찬가지다.

자동차가 중심이 되면 중공업은 각종 대금결제와 3국간 거래 등 세계경영의
자금부문을 담당하게 된다.

전자는 선봉대로 진출해 그룹 이미지를 높이면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우 관계자는 "자동차가 대포가 되고 전자와 중공업이 양바퀴를 맡고
(주)대우가 포수가 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권영설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