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결국 누구와 접촉하라는 말입니까"

정부가 통상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외국인 투자유치 업무의 창구 단일화
문제를 논의한 22일 기자와 전화통화를 한 외국계 회사의 임원은 이렇게
반문했다.

회의 직후 정부의 공식 발표는 간단했다.

"정부조직법을 흔들지 않는 범위내에서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가 "운영의
묘"를 살려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소속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산업자원부로
하되,해외에서의 외국인투자유치업무는 외교통상부가 책임을 지고 수행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정부의 정책조정은 외형상 상당히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정부의 의도 대로 "운영의 묘"를 살릴수만 있다면 말이다.

문제는 운영의 묘를 뒷받침할만한 시스템 경쟁력을 우리가 과연 갖고
있느냐 하는데 있다.

결국 "개별 해외공관장의 조직 장악 능력에 외국인 투자유치업무의 성패가
달렸다"(산업자원부 관리)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KOTRA 직원들도 불만이 많다.

"모셔야 할 상전이 하나 더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외교통상부도 과연 해외공관장이 KOTRA 직원들을 장악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유치정책의 초점은 외국기업들을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있다.

지금껏 한국은 바로 그 "시스템"의 부재로 실패와 패착을 거듭해 왔다.

적어도 현상황에서 문제는 "시스템"이지 "운영의 묘"는 아닌 것 같다.

이의철 < 정치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