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에 걸친 김대중대통령과 재계 및 노동계 대표들간의 청와대
연쇄회동이 어제 끝났다.

당초 회동의 성격이"노동자만 고통을 전담하고 있다"는 노동현장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응급처방의 측면이 강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예상대로 이렇다할 합의없이 한국노총의 제2기
노사정위원회 참여의사만 확인했을 뿐 민주노총의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김대통령은 사용자측에 기업개혁의 가시적 성과와 대량해고 회피노력을
주문하고 노조측에는 제2기 노사정위 구성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재계대표들은 구조조정에 따르는 불가피한 정리해고에 대한
이해를 요청했으며 노동계는 불법노동행위의 엄중한 처벌과 노동자의 경영
및 정치참여 허용을 요구했다.

언뜻 보면 아무런 성과도 없이 노사정 3자가 자신들의 입장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동상이몽의 회동이 돼버린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번 회동은 시기적으로 보아 매우 적절했고 유익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비록 가시적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해도 대기업 구조조정과 대량해고
회피노력, 근로자의 고통분담문제 등에서 노사정이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민주노총의 파업위협에 대해 여론을 환기시킴으로써 불안요인의
사전차단 효과가 컸다고 할수 있다.

또 "과연 한국의 기업들이 진정으로 구조조정의사가 있으며 한국
노동시장에 유연성이 있는가"라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물음에도 이번
청와대회동은 미흡하나마 그런대로 성의있는 답변이 됐으리라 믿는다.

문제는 이번 회동 결과를 어떻게 노사화합으로 이어가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 1월 구성됐던 제1기 노사정위원회는 고용조정제의 도입 등 지난한
과제를 노사정 3자 합의를 통해 해결한 바 있다.

지금 이나마 산업평화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때의
합의정신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벼랑끝 외환위기에서 나온 1차 합의가 외채 협상을 의식한
대외선언적 의미를 띤 약속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1차 합의 정신을
토대로 구체적 문제들에 대한 실천적 의미를 갖는 2차 합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김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앞서 제2기
노사정위를 출범시켜 2차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노총의
거부로 성사여부가 불투명하다.

민주노총도 이제 법외단체 시절의 관행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행동과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때다.

우선 노사정위에 복귀하여 일정한 틀 안에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만약 여기서 대화를 거부한채 정리해고를 이유로 노사분규를 일으키고
인수합병 등 기업의 구조조정을 방해한다면 결과적으로 실업은 그만큼
더 늘어나고 근로자들의 고통은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