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맨해튼" 여의도가 비어가고 있다.

증권사 방송국 정당 등이 밀집돼있는 여의도가 "공동화"현상마저 우려되는
등 경기침체의 몸살을 앓고 있다.

79년 증권거래소 이전을 계기로 금융등 대표적인 오피스타운으로 자리를
굳혔지만 입주업체도산 유동인구감소 비싼 임대료탓에 빈 사무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

IMF파고에 여의도가 침수되는게 아니냐는 걱정들이 많다.

"주식투자인구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증권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다양한 매체와 이익집단출현으로 방송과 정당이 헤게모니를 상실하는 과정"
(대우경제연구소 이재호연구원)일까.

최근 몇달동안 여의도가 유일하게 활기를 띤 것이라면 윤중로의 벚꽃놀이
정도였다.

여의도 사무용빌딩의 공실률은 지금 15~20%로 추정된다.

4년째 내리막을 달리는 주식시장에 속병이 든 증권가가 썰렁함의 진원지.

지난해말부터 사무실이 비기 시작한 한화증권빌딩은 최근 2개층을 쓰던
증권예탁원이 일산으로 이사감에 따라 27층중 4개층이 비었다.

대신증권은 인원을 줄인뒤 10층사무실을 "임대중"이지만 1개월 넘게 먼지만
쌓이고 있다.

국민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입주업체들이 줄줄이 사무실을 빼 현재 3개층을
임대중이다.

영업정지된 동서증권 사옥도 16개층중 3개층이 빈방이다.

증권거래소 맞은편 신증권타운 쪽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고려 보람 쌍용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빌딩이 통째로 매물로 나와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증시주변의 파장분위기는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북적이던 방송프로덕션도 여의도를 떠나고 있다.

구조조정중인 방송국들이 외주를 중단하면서부터다.

국민회의당사부근 대하빌딩의 J프로덕션과 SBS뒤 삼도오피스텔의 파워비젼이
시내보다 20%이상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해말 이사했다.

라이프콤비빌딩의 10여개 군소프로덕션도 도산해 사무실을 비웠다.

KBS별관옆 증권가 카페골목도 찬바람이다.

증시가 활황이면 이곳에서 가장 먼저 "호황"을 느꼈으나 손님이 끊긴지
오래다.

"지난해 중반까지만해도 증권사직원과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으나 이젠
유지비를 감당하기조차 힘들다"는게 카페주인들의 하소연이다.

이러다보니 빈 상가와 오피스텔이 늘어나고 있다.

국회의사당 근처의 한 오피스텔 24평형은 IMF이전 보증금 6백50만원,
월세 65만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보증금 5백만원, 월세 50만원에도 입주자가
없다.

여의도백화점 5층과 7층 상가도 매물로 나왔다.

주민들도 여의도를 등지고 있다.

전경련회관지하 여의부동산의 심성구씨는 "여의도주민들은 거의 이사를
하지 않는 특성이 있었지만 요즘은 이주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광장아파트 60평형의 전세가는 1억5천만원까지 떨어졌다.

전경련빌딩 2개층을 쓰고 있는 한국능률협회가 이전을 검토하는데서 보듯
여의도의 공동화는 좀더 진행될 것이란 견해가 많다.

"올연말 여의도광장자리에 공원이 개원되면 쾌적한 사무주거공간으로
재탄생할수 있을 것"(서울시청 조경계획과)이란 기대감이 한자락 위안이다.

< 백광엽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