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7층 대회의실.

잿빛 재킷 차림의 한전맨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회의실 중앙 테이블에는 엇갈려 세워진 태극기와 오성기가 눈에 띈다.

행사를 준비중인 모양새였다.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 평상복 차림 인물들.

들리는 말투가 중국 사람임에 틀림없다.

장내 정돈이 끝나자 잠시후 행사가 시작됐다.

회의장 전면의 붉은색깔 현수막은 중국 진산원전과 한국전력간 행사임을
알려주고 있다.

"원전 시운전 훈련계약 체결식"이었다.

한전은 이날 계약에 따라 진산원전 직원 60여명을 훈련시키게 된다.

훈련기간은 5월부터 내년 6월까지 14개월.

어떻게 원자력발전소를 시운전하느냐가 교육내용이다.

물론 공짜 교육은 아니다.

당연히 교육비를 받는다.

교육비 규모가 만만치 않다.

2백만달러나 된다.

환율을 1천4백원만 적용해도 28억원.

교육비 차원을 넘어선다.

게다가 교재는 시운전을 시작한 월성원전 3,4호기다.

따로 들어가는 비용도 거의 없다.

투자가 수반되지 않는 외화가득률 1백% 사업이다.

공산품 수천만달러어치 수출효과와 맞먹는 셈이다.

말그대로 기술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다.

한전의 기술용역 수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3년말부터 96년말까지 중국 광동원전에 정비 직원을 파견했다.

그 대가로 2백만달러를 받았다.

이번에 훈련계약을 맺은 진산원전에는 96년 1월 14일부터 35일동안 현장
자문을 해줬다.

여기서 11만달러를 벌었다.

지난해 7월1일부터는 2개월 동안 파키스탄 카라치전력에 설비진단을 해줬다.

19만달러를 거둬들였다.

물론 설비진단은 파키스탄 현장에서 이뤄졌다.

결국 순수한 의미의 기술수출은 진산원전 직원 교육이 처음인 셈이다.

한전은 진산원전측과의 교분과 절묘한 타이밍에서 이번 기술수출이
이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진산원전은 중수로형이다.

우라늄의 핵운동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감속재로 중수를 쓴다.

2003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중이다.

현재 시운전 단계인 월성원전 3,4호기도 중수로형이다.

원전에서 시운전은 매우 중요하다.

핵연료 장전후 출력을 점차 올리면서 안전등을 점검하는 1년동안의 시운전
기간을 거쳐야 본격적인 발전이 가능한 탓이다.

중국에는 이 경험이 없다.

자문과정에서 관계를 맺어둔 한전은 훌륭한 시운전 훈련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

한전은 앞으로 진산원전과 정비요원 훈련계약도 체결할 방침이다.

선린관계가 구축된 만큼 진산원전 사업관리나 시운전에도 참여한다는 계획
이다.

그러나 한전이 정작 이번 기술수출에 부여하는 의미는 다른데 있다.

원전 기술을 인정받음으로써 한국표준형원전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높은 부가가치와 신규 프로젝트 유인효과를 감안, 기술수출에 적극 나선다
는게 한전의 계획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