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년째 베이징(북경)에서 열린 한 남북정치학자 세미나폐막식때의
일이다.

김경남 북한 사회과학원 부소장은 "잘될 아이는 어릴때부터 알수 있다.
우리의 네살바기아이(세미나)가 잘 커 나갈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남한 백영철 한국정치학회장은 "맵고 시큼한 김치맛도 보이고
구수한 된장국도 먹여야 제대로 된 우리의 아이로 자랄수 있다. 한반도의
아이를 베이징이라는 토양속에서 키우니,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의 학술세미나나 적십자회담때마다 양측이 장소문제를
놓고 벌이는 승강이의 한 모습이다.

이병웅 대한적십자사사무총장도 최근 남북회담이 끝난뒤 "국민들이 "또
베이징이냐"고 항의할땐 몸둘바를 모르겠다"고 실토했다.

한반도내에서 하자면 북한측이 "알면서 그러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젠 남북한의 적십자회담도, 학술세미나도, 당국자회담도 장소는 으레
베이징이다.

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로 돌아가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국민들이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장소에 관한한 "국민의 정부"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또다른 하나는 북한의 자세다.

남북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하면서 장소는 "제3국"을 고집
하는 논리적 모순에 빠져 있다.

한 일본기자는 "한반도내에는 회담을 할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느냐"고
꼬집는다.

남북당국자들은 이에 답해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최소한 다음 회담이 열리기 전에-.

김영근 < 베이징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