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도는 크게 늘었는데 어음부도율은 대폭 낮아졌다.

이런 수수께끼같은 일이 대구에서 일어났다.

지난 2월 대구시내 기업들의 부도액은 2천7백억원.

1월의 1천1백억원보다 2배이상 급증했다.

어음부도율은 0.69%에서 0.49%로 떨어졌다.

2% 내외를 기록한 다른 도시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낮은 수치다.

문희갑시장은 이것을 자신의 치적처럼 내세우고 다녔다.

물론 섬유 건설업의 구조조정을 끝낸 결과라는 설명까지 덧붙이면서.

그러나 어음부도율이 낮아진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한국은행의 부도율 산정방식에 함정이 있기 때문이다.

부도율은 부도액을 어음교환액으로 나누어 산출된다.

문제는 어음교환액에 금융기관간 콜자금도 포함되는데 있다.

이렇게 되면 분모에 허수가 들어간다.

삼성그룹이 인수한 동양투신은 바로 이 허수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콜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방투신은 서울에서 자금거래를 하지만 동양투신은 대구에서
한다.

이에따라 대구시의 일평균 어음교환액은 8천3백억원에서 1조7천억원으로
불어났다.

결국 이같은 허수를 배제하면 어음부도율은 실제보다 2-3배이상 높다는
얘기다.

어음부도율 산출방식을 바꾸지 않거나 동양투신이 자금운용을 서울에서
하지않는한 대구의 어음부도율은 낮게 나타날수 밖에 없다.

엉터리 경제정보들은 효용성을 떠나 위험하기까지 하다.

IMF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신경원 < 사회1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