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비즈니스스쿨 수만트라 고샬/도널드 셜 교수 기고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아시아 경제위기를 계기로 한국 대기업그룹이 세계적 관심의 촛점이 되고
있다.
서구 비평가들은 한국의 대기업들에게 화살을 겨누었었다.
매출증대에만 몰두한채 수익이나 전략업종 선정 등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이것이 위기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의 기업들이 겪고 있는 최근의 어려움이 결국 이같은 아시아
모델의 실패를 반증한다고 목청을 돋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그동안 한국의 대기업들이 보여준 역동성을 무시하는
것이고 미래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요즘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지난 수십년간 이룩한
괄목할만한 성과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삼성전자와 LG그룹의 예를들어 한국기업의 역동성과
경제발전에 미친 공로를 전달했다.
런던 비즈니스스쿨의 수만트라 고샬 교수와 도널드 셜 교수가 기고한
글이다.
< 편집자 >
=======================================================================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세계 주요 기업들의 경영실적을
보면 이런 분석이 옳다는 것을 쉽게 알수 있다.
캐쉬플로우의 측면에서 삼성은 제너럴일렉트릭(GE) 다음으로 가장 좋은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삼성의 매출증가율이다.
GE가 연평균 4%의 매출증가율을 보인데 반해 삼성은 연평균 25%에 달하는
매출증가를 기록했다.
필립스는 지난 82년 2백1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당시 삼성의 매출은 60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삼성은 95년에 필립스의 두배인 6천7백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물론 이같은 한국 재벌의 성장은 정부의 지원과, 값싼 자본, 정책직인
국내시장 보호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사실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중에 이런 특혜를 받고 발전한 기업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기술, 규모의 경제, 걸출한 브랜드, 전세계적인 판매및
마케팅망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런 이점에도 불구하고, 주요 산업분야에서 서구기업들의 세계전체 시장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 재벌 성장의 가장 큰 요인은 정부지원이라기보다 재벌이 세운
"원대한 목표"라고 봐야 한다.
이런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매출목표를 해마다 늘려 잡으면서도 쉽게
초과달성할수 있었고 모든 기업가들이 꿈꾸는 상황을 달성한 것이다.
한국 재벌의 경영인들은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항상 전략을 다시 짜고
어떤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안전하고 점진적인 발전으로는 이 꿈을 실현시킬수 없었기 때문이다.
80년대초 삼성그룹 창립자인 이병철 전회장은 가전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사업을 시작,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반도체분야는 전자제품 제조기술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 전회장은 반도체
분야에도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당시는 인텔 등 미국 제조업체들이 한꺼번에 메모리칩 분야에서 손을 떼기
시작할 때였다.
세계의 재계 관계자들은 이 전회장이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지적했었다.
그러나 96년 삼성의 반도체사업은 매달 9억달러의 캐쉬플로우를 공급해줄
만큼 성장했다.
삼성은 또 최근 50억달러를 투자, 자동차사업에 뛰어들었고 2010년까지
세계 10대 메이커가 된다는 목표다.
이건희 현회장은 "자동차산업 진출은 전자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자분야는 자동차의 전체 가치중 30% 가량을 점하고 있으며 오는
2010년에는 50%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원대한 야망은 삼성그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는 LG그룹의 "도약 2005"를 하나의 사례연구로
가르치고 있다.
"도약 2005"는 95년의 40조원 매출을 2005년까지 4백조엔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토론이 계속되자 학생들 사이에서
놀랍다는 반응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인도 등에 대한 공격적 진출, 기술개발과 세계적 브랜드개발을 위한
투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등에서 볼수 있는
자심감 때문이었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LG가 이같이 구체적인 목표를 당성할수 있을지
의심스러워하는 학생이 많았다.
그러나 학생들은 "꿈을 이루기 위한 용기"를 가진 기업이 어떻게 발전
하는지, 성장에 대한 강한 열망이 어떻게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들을 실현
시켜 나가는지 어렴풋하게 나마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재벌이 서구 기업처럼 철저한 경영규율을 확립해 나갈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자본구조를 조정하고 한계사업은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해 나가야 한다.
감원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한국 재벌이 당면한 과제는 두자리수 성장신화를 이끌 당시의 열정과
기업가정신을 조금은 누그러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대부분의 서구기업들은 보수적인 관료체제에서 기업가정신을
다시 불러 일으켜야 하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서구 기업은 리엔지니어링과 일시해고 등을 통해 저비용-저성장기업을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비용절감이 가져다 주는 고통도 견디기 힘들지만 성장을
자극하는 것은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LG전자의 한 임원은 효율성에만 포커스를 맞춘 경영방식이 어떻게 되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들어 설명했다.
바로 LG가 인수한 제니스의 사례다.
이 임원이 신입사원 시절 제니스의 구매담당자가 한국을 방문했다.
제니스는 당시 LG의 가장 큰 고객이었기 때문에 관례대로 구매담당자의
가방을 호텔까지 옮겨다 줬다.
제니스는 무리하게 다운사이징과 리엔지니어링을 추구하다가 LG에 인수됐다.
그런데 우연히도 20년전 자신이 모셨던 구매담당자를 다시 만났다.
그러나 이제 입장이 뒤바뀐 만남이었다.
한국 재벌은 앵글로 아메리칸 경영모델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수 있다.
그러나 전부 다 받아들이면 실패할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 기업가들은 한국 재벌이 갖고 있는 발전과 성장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무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 정리=장규호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7일자 ).
있다.
서구 비평가들은 한국의 대기업들에게 화살을 겨누었었다.
매출증대에만 몰두한채 수익이나 전략업종 선정 등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이것이 위기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의 기업들이 겪고 있는 최근의 어려움이 결국 이같은 아시아
모델의 실패를 반증한다고 목청을 돋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그동안 한국의 대기업들이 보여준 역동성을 무시하는
것이고 미래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요즘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지난 수십년간 이룩한
괄목할만한 성과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삼성전자와 LG그룹의 예를들어 한국기업의 역동성과
경제발전에 미친 공로를 전달했다.
런던 비즈니스스쿨의 수만트라 고샬 교수와 도널드 셜 교수가 기고한
글이다.
< 편집자 >
=======================================================================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세계 주요 기업들의 경영실적을
보면 이런 분석이 옳다는 것을 쉽게 알수 있다.
캐쉬플로우의 측면에서 삼성은 제너럴일렉트릭(GE) 다음으로 가장 좋은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삼성의 매출증가율이다.
GE가 연평균 4%의 매출증가율을 보인데 반해 삼성은 연평균 25%에 달하는
매출증가를 기록했다.
필립스는 지난 82년 2백1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당시 삼성의 매출은 60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삼성은 95년에 필립스의 두배인 6천7백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물론 이같은 한국 재벌의 성장은 정부의 지원과, 값싼 자본, 정책직인
국내시장 보호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사실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중에 이런 특혜를 받고 발전한 기업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기술, 규모의 경제, 걸출한 브랜드, 전세계적인 판매및
마케팅망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런 이점에도 불구하고, 주요 산업분야에서 서구기업들의 세계전체 시장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 재벌 성장의 가장 큰 요인은 정부지원이라기보다 재벌이 세운
"원대한 목표"라고 봐야 한다.
이런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매출목표를 해마다 늘려 잡으면서도 쉽게
초과달성할수 있었고 모든 기업가들이 꿈꾸는 상황을 달성한 것이다.
한국 재벌의 경영인들은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항상 전략을 다시 짜고
어떤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안전하고 점진적인 발전으로는 이 꿈을 실현시킬수 없었기 때문이다.
80년대초 삼성그룹 창립자인 이병철 전회장은 가전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사업을 시작,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반도체분야는 전자제품 제조기술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 전회장은 반도체
분야에도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당시는 인텔 등 미국 제조업체들이 한꺼번에 메모리칩 분야에서 손을 떼기
시작할 때였다.
세계의 재계 관계자들은 이 전회장이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지적했었다.
그러나 96년 삼성의 반도체사업은 매달 9억달러의 캐쉬플로우를 공급해줄
만큼 성장했다.
삼성은 또 최근 50억달러를 투자, 자동차사업에 뛰어들었고 2010년까지
세계 10대 메이커가 된다는 목표다.
이건희 현회장은 "자동차산업 진출은 전자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자분야는 자동차의 전체 가치중 30% 가량을 점하고 있으며 오는
2010년에는 50%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원대한 야망은 삼성그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는 LG그룹의 "도약 2005"를 하나의 사례연구로
가르치고 있다.
"도약 2005"는 95년의 40조원 매출을 2005년까지 4백조엔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토론이 계속되자 학생들 사이에서
놀랍다는 반응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인도 등에 대한 공격적 진출, 기술개발과 세계적 브랜드개발을 위한
투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등에서 볼수 있는
자심감 때문이었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LG가 이같이 구체적인 목표를 당성할수 있을지
의심스러워하는 학생이 많았다.
그러나 학생들은 "꿈을 이루기 위한 용기"를 가진 기업이 어떻게 발전
하는지, 성장에 대한 강한 열망이 어떻게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들을 실현
시켜 나가는지 어렴풋하게 나마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재벌이 서구 기업처럼 철저한 경영규율을 확립해 나갈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자본구조를 조정하고 한계사업은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해 나가야 한다.
감원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한국 재벌이 당면한 과제는 두자리수 성장신화를 이끌 당시의 열정과
기업가정신을 조금은 누그러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대부분의 서구기업들은 보수적인 관료체제에서 기업가정신을
다시 불러 일으켜야 하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서구 기업은 리엔지니어링과 일시해고 등을 통해 저비용-저성장기업을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비용절감이 가져다 주는 고통도 견디기 힘들지만 성장을
자극하는 것은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LG전자의 한 임원은 효율성에만 포커스를 맞춘 경영방식이 어떻게 되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들어 설명했다.
바로 LG가 인수한 제니스의 사례다.
이 임원이 신입사원 시절 제니스의 구매담당자가 한국을 방문했다.
제니스는 당시 LG의 가장 큰 고객이었기 때문에 관례대로 구매담당자의
가방을 호텔까지 옮겨다 줬다.
제니스는 무리하게 다운사이징과 리엔지니어링을 추구하다가 LG에 인수됐다.
그런데 우연히도 20년전 자신이 모셨던 구매담당자를 다시 만났다.
그러나 이제 입장이 뒤바뀐 만남이었다.
한국 재벌은 앵글로 아메리칸 경영모델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수 있다.
그러나 전부 다 받아들이면 실패할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 기업가들은 한국 재벌이 갖고 있는 발전과 성장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무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 정리=장규호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