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퇴직공무원을 잡아라"

요즘 베이징(북경)에 상주 사무실을 둔 한국과 일본 미국 영국 기업등에
떨어진 본사의 "명령"이다.

중국 국무원의 조직축소개편으로 일자리를 잃은 공무원중 유능한 사람을
채용해 대중사업의 디딤돌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 기업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수십년간 행정기관 근무경력을 가진 퇴직공무원중 상당수가
요소요소에 상당한 인맥을 형성하고 해당 분야의 법률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

이들 퇴직자가 "막힌 곳을 뚫는데 적격"이라는게 중국기업인들의 주장이다.

중국퇴직공무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외국기업은 중국내에서 대형
사업을 벌이거나 대형 프로젝트사업을 추진중인 업체들이다.

한국의 현대 삼성 LG 대우그룹들과 일본의 미쓰비시 히타치, 미국의 GM
모토롤라등이 그 예다.

이들 외국기업은 중국당국이 지난 3월중순 조직개편때 축소 또는
폐지하기로 한 기계공업부와 전자공업부 화학공업부 국내무역부 우전부
광전부등의 퇴직공무원들을 상대로 영입교섭을 벌이고 있다.

외국기업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중국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한 분야에서
20~30년씩 근무한 경험을 높이 사고 있다.

이들은 30여개 성과 시에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법률과 정책을 제대로 숙지하고 관련자료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데 사람(퇴직공무원)에 따라서는 중국전역의 TV생산시설에 대한
생산능력과 개별기업의 경쟁력, 취약점등을 낱낱이 알고 있다는 것.

대중 진출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국 국무원 각 부처의 실직공무원에 대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한달에 2천3천위앤(한화 33만~50만원 상당)
가량 주고 고문 또는 부장직급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위력"을 잘 아는 중국업체들의 퇴직공무원 스카웃쟁탈전은
외국기업들보다 더욱 치열하다.

광둥(광동)의 의료기기제조업체인 W사는 3월중순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인대)개최기간동안에 인사담당을 베이징에 파견, 실직공무원중 의학과
국제무역 금융등에 능통한 22명을 뽑았다.

이 회사측은 "나이 30~40세의 퇴직공무원들의 경우 경험과 관리능력이
풍부해 별도의 교육을 받지 않고도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건강식품제조회사인 J사도 정부소속 연구소와 합작하는 방식으로 퇴직
전문인력을 흡수했고 무역회사인 Y는 전자와 무역 행정 생산 관리분야에서
일한 퇴직공무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처럼 내외국인의 중국 퇴직공무원에 대한 채용이 늘어나자 실직공무원의
재취업을 알선하는 인재중개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중국 인사부측은 "국무원 산하의 퇴직공무원들이 전문지식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직자중절반이 40세 이하이고 그중 박사와 석사 소지자도
9.5%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당국은 제9기전인대가 국무원산하 40개 장관급 부처를 29개로
축소하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들 부처에 소속된 3만3천명이 공무원중
절반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