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하락으로 수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당장은 엔화에 비해 원화가치의 하락폭이 커서 가격경쟁력측면에서
별문제가 없는듯하다.

그러나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이 1백50엔대로 치솟을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 승용차 선박 컴퓨터산업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97년중 이들 품목이 우리나라 전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달한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고부가가치제품의 수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관련 업계는 엔달러 환율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뢰명 현대자동차전무(해외사업본부장)는 "현재 엔달러환율 1백50엔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종합상사들도 엔화약세가 이어질 경우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탄력적인 해외마케팅전략을 세우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엔화약세로 득실을 함께 거둘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완제품시장에서 경합은 불가피해진다.

엔화가치가 계속 떨어질 경우 반도체가격이 추가로 하락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수출채산성이 떨어진다.

반면 주로 일본에서 들여오는 반도체장비의 수입단가가 낮아져
국산반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

가전업체들은 일본산 제품의 국내시장유입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멕시코에서 제작한 소니TV등 가전제품이 밀려올 경우
시장을 빼앗기게 된다.

급격한 원화절하로 주춤해진 일본제품수입이 엔화약세로 다시 늘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품목별로 "안방"을 지키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자동차의 경우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30엔대로 오르면서 한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일본 메이커들은 주요시장에서 엔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고 있어
현지 수입상들은 엔저약효를 시차없이 볼수 있다.

따라서 일본차의 가격인하가 국산차수출에 미치는 타격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자동차업계는 일단 엔화가 1백5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원화환율움직임이 불안해 애를 먹고 있다.

조선업계는 엔화약세기조가 지속될 경우 일본 조선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가에 곧바로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인 엔화약세로 수주가 위축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기계업종은 타격이 예상된다.

동남아시장의 위축으로 가뜩이나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경쟁업체가 낮은 가격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경우 생존자체를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철강업계도 엔저현상이 3-6개월가량 지속될 경우 수출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했다.

포철관계자는 "중국 동남아지역 등 신흥 철강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수출에 따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엔화약세에 따른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범용제품이어서 일본과 경쟁하지 않고 있어서이다.

그러나 에폭시수지와 고급PVC 등 일부제품의 수출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이밖에 종합상사들은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회수할 경우 해외자금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대책을 강구중이다.

< 이익원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