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형 신혼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다.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이상도 아무렇지 않게 쓰던 사치성 신혼여행이
자취를 감추고 1백만원이하의 최소 경비만 쓰는 알뜰 신혼여행이 붐을 타고
있는 것.

이런 추세는 물론 IMF때문이다.

해외보다 국내를, 특급호텔보다 일반호텔을, 택시보다 버스를 선호하는
초절약파들이 나타나면서 갖가지 신혼여행 신풍속도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민박집에 투숙하는 커플이 생겨났다.

일류 특급호텔을 떠나 일반호텔도 아닌 민박집에서 신혼 첫날밤을
보내는 것.

어떻게 신혼 첫날밤을 민박집에서 보내느냐 하겠지만 민박집은
신혼여행객으로 북적대고 있다.

심지어 이들을 맞기 위한 민박마을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신혼여행객을 맞는 민박집은 깨끗하면서 방에 화장실 욕실 TV 등 여러가지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주방과 거실은 다른 사람과 함께 이용해야 한다.

주변 친지나 이웃 회사동료 등 아는 사람의 콘도회원권을 빌려 콘도에서
숙박하는 커플도 나타났다.

보통 비회원일 경우 8만~10만원 하는 숙박료가 회원권으로 이용하면
3만~4만원에도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한 실속파들이다.

분위기도 괜찮고 주변경치도 만족스러워 호텔 못지않은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쌀 반찬 등도 마련해가면 음식도 해먹을 수 있다.

콘도에 있는 셔틀버스로 주변의 관광지도 다녀올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숙박비 식비 등 최소한의 경비만 갖추고 여행의 대부분을 튼튼한 두다리로
해결하는 배낭여행형 커플도 등장했다.

외식도 최대한 자제하고 삶은 달걀이나 빵같은 간단한 음식으로 처리한다.

신혼여행을 배낭여행으로 떠나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커플들이 선호한다.

렌터카형도 있다.

수십명이 학생들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는 단체여행보다 차를 빌려
단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원하는 신혼부부들이 선택한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어 렌터카 회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호젓한 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그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아예 버스만 타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관광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교통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

특히 지리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주 이용하게 되는 택시요금은 나중에
합산하면 웬만한 호텔 이틀치 숙박비에 달한다.

버스를 이용하면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몇천원을 넘지 않는다.

버스를 잘못 타는 경우가 많아 자주 헤매는게 흠.

자전거를 현지에서 빌려타고 관광하는 신혼부부도 있다.

영화의 한 장면같은 모습을 연상하는 낭만파들이 좋아한다.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지기도 한다.

일생에 단 한번뿐이라는 이유 때문에 평소에는 상상도 못하는 액수를
쓰게 되는 신혼여행.

각양각색의 자린고비형 신혼여행객이 늘어나면서 그 어떤 분야보다 빠르게
거품이 빠지고 있다.

숙박비 외식비 교통비 등 쓰기에 따라 천차만별인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기발하기만 하다.

수십만원 하는 사진촬영 비디오는 이미 신혼여행지에서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신혼여행뒤 가족 친척 친구 주례 등에게 줄 선물로 가득차던 가방도
이제는 양가 부모님에게만 드릴 간단한 특산물이나 기념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신혼여행의 알뜰함을 두고두고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 한은구.박해영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