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을 싸들고 주식 채권시장으로 몰려들던 외국인의 발길이
끊어지다시피하고 있다.

달러자금 유입이 소강국면에 접어든지도 벌써 1주일이 넘었다.

일부 외국인은 보유 주식과 채권을 내다팔기도 한다.

한국경제가 다시 위기를 맞을 것이란 외신보도도 빈번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앞날을 보는 외국인의 시각이 서늘해지고 있다.

달러자금 유입이 부진한 데는 환율안정과 함께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수익률의 측면도 있다.

그러나 한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경계감이 환차익 때문만이 아니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한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새정부가 공언한
금융개혁과 시장중시경제,나아가 기업회계 투명성확보 같은 약속을 믿고
한국으로 달려 왔으나 가시화되는 것이 없으니 이제는 실천력을 의심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증권사가 잇달아 경고하고 있는 제2의 외환위기론로 같은 맥락이다.

외채는 물론 20조원을 넘는 기업어음 같은 것도 만기만 연장해 뒀을 뿐
본질적으로 해결되고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작동이 안되는 금융시스템을 하루빨리 복원하고 기업구조조정도 서둘러야
하지만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와는 달리 금융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결단이
빠르고 방향성이 뚜렷하다는 대목은 우리를 더욱 긴장케 한다.

이머징 마켓을 떠도는 자금은 "틀렸다" 싶으면 언제든 빠져 나갈수 있는
단기자금이 많다.

지난해 9,10월 주가수준에 상관없이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
경험이 있다.

그들이 마음을 고쳐먹고 난뒤라면 늦다.

그동안은 비전제시만으로 달러자금을 끌어들였으나 이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망설이는 달러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은 정부의 실천력밖에 없다.

허정구 < 증권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