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부동산가격 폭락사태가 빚어질 것에 대비해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대책마련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착잡한 감이 든다.

이웃나라 일본도 7년이 넘도록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복합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에게도 코앞에 닥쳐왔다는 불안감이 엄습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수십년동안 이어져온 "부동산불패의 신화"가 과연 무너질까
라는 의구심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적지않은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경제가 보유주식 및 부동산값 폭락,
담보자산가치 저하, 부실채권 증가 및 BIS비율 하락, 대출억제 또는 회수로
인한 신용경색 및 기업도산 심화 등으로 이어지는 복합불황의 초기단계에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불황과 대량실업사태가 적어도 앞으로 2~3년간은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소극적으로는 복합불황으로 심화되는 것을 예방하며, 적극적으로는
경기회복을 촉진하고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도 본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타당하다고 본다.

정부는 이미 수도권지역의 분양가자율화를 예정보다 앞당겨 시행했고
임대주택사업자의 요건을 완화했으며 중장기적으로 보유과세를 높이고
거래과세를 낮춰 부동산거래를 활성화 시킨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이밖에도 아파트 재당첨 및 전매 제한규정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우리는 이같은 대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책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 않다.

우선 복합불황의 발생위험은 주거용 부동산보다 상업용 및 공장용 부동산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도 이쪽으로 집중돼야 할 것이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거래가 얼어붙은 가운데 급매물을 중심으로 호가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같은 현상은 상업용 및 공장용 부동산에서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집값에 대한 주택자금 융자비율이 30~40%선에 불과한데
비해 상업용 건물이나 공장부지의 담보가치 하락비율은 훨씬 더 커 부실채권
발생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일본식 복합불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대규모 공공공사가 보다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는 실업대책도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주장과도 일치한다.

또한 주택경기를 살리자면 부동산 규제완화는 물론 주택금융도 개선돼야
하는데 그러자면 부실채권정리 금리인하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지금 아파트분양 위축은 중도금대출 중단 및 금리급등 때문이며, 주택매매
및 전세시장 냉각은 부동산 시장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전세제도같은 후진적인
주택금융 탓이 크다.

게다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주택보급률 및 자가주택 소유율이 아직도
전국 평균치에 비해 크게 낮은데 섣불리 아파트 재당첨 및 전매 제한규정을
완화했다가는 조만간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