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이 당초 예정보다 3년 앞당겨 99년말까지 대기업 부채비율을
2백%이내로 줄이라고 지시하자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주요 그룹 재무팀 관계자들은 24일 "운영자금을
구하기도 어려운 기업에 선진국 수준의 부채비율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거래은행 재무약정 체결조건을 불과 한달새 바꾼 것은 납득하
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해외로부터의 달러 차입이 사실상 불
가능해져 기업의 구조조정에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이에 따라 금주 중으로 주요그룹 기획담당임원으로 구성된
기업구조조정 실무대책반 회의를 갖고 정부에 부채축소 시한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지난 96년말 기준 30대그룹의 주거래은행 부채비율은 3백97.2%로 이
들 그룹들은 이를 20개월 내에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그러나 금융경색과 부동산경기 침체로 사실상 부채축소가 불가능
하다는게 재계의 주장이다.

증시를 통한 증자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서 발행된 유상증자 주식총액
(액면가 기준)이 1조9천억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할 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부 회사나 보유부동산의 매각계획도 매물만 쌓이고 매입자가 없는
현실에서 부채 축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모그룹 관계자는 "부채비율을 낮추라고 정부가 독려하는 건 좋으나 마
감시한을 정해 밀어붙일 경우 과대부채기업의 신인도는 더욱 떨어질 것
"이라고 우려했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