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의 타이탄"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순회연주회가 화제다.

지난 14일 파리, 20일 대전에 이어 25일 서울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곡목은 라벨의 독주곡 전곡이다.

라벨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한 작곡가나 하나의 작품을 무서우리만치 철저히 파고드는 그를 세계정상에
올려놓은 출세작이다.

그는 지난 72년 미국 뉴욕의 앨리스 툴리홀에서 처음으로 라벨전곡을 연주,
세계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후 유럽각국에 생중계된 베를린 필하모닉홀 공연,런던 위그모어홀
공연으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그가 하나의 작품과 작곡가를 파고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궁금해서"라는 설명이다.

"부분만으로는 한 작곡가나 작품을 옳바르게 평가할수 없어요.

다른작품을 모르고서는 피상적인 연주에 머물수밖에 없지요.

뿌리째 뽑아봐야 작곡가의 음악세계를 온전히 펼칠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이제 라벨을 편안한 마음으로 대할수 있다고 말했다.

마치 20년을 함께한 부부처럼 라벨곡에 깊은 이해를 쌓게됐다는 것이다.

피아니스트 한정강씨는 "백건우의 라벨연주는 값지고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그는 매우 완벽한 기교로, 치우침없는 해석으로, 절제된 큰 정열로 라벨의
내면세계를 신비롭게 열어보였다"고 20일 대전연주를 평했다.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문의 598-8277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